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동하는독서 Nov 02. 2023

거진 10년 만에 컴퓨터 교체를 단행, 오랜만에 만드는

2014년인가? 큰 맘먹고 컴퓨터를 조립했다. 나름 신뢰 있는 ASUS 보드와 4세대 i3를 컴퓨존을 통해 구입했다. 예전 기가바이트 보드에 실망한 경험이 있어서 보드는 신경 쓰는 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ASUS 보드는 신뢰성이 있다. 나름 RAM 욕심은 있는 편이라 8기가가 대세임에도 16기가로 만들었다. 그래픽카드는 내장으로 해도 상관없었다. 게임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그래픽카드에 쓸 돈으로 램과 하드디스크를 늘렸다. 그전 PC가 AMD 구시대 유물이라 얼마나 빠르던지 신세계 같았다. 그런데 세월은 비껴갈 수 없었다.

i3의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CPU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대학원생으로부터 i7 4세대를 구매했다. PC는 다시 살아났다. i3와 i7은 코어 차이 때문에 다중 작업에서 확연히 달랐다. 나름 고사양 PC가 되어 오랜 세월을 버텼다.

SSD의 업그레이드도 단행했다. 256기가에서 512기가로 늘렸다. 어디선가 무료로 생긴 램을 하나 더 추가해서 24기가로 만들었다. 하드디스크도 2테라로 늘렸다. 줌 미팅이 활성화되고 동영상 편집도 늘어나서 비디오카드도 저렴한 걸로 추가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9년을 버텼다. 하지만 아무리 아직은 현역이라고 우겨도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면이 나타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임 PC라면 벌써 폐기되었을 텐데... 그나마 내 작업 스타일에 맞춰져 있어 오래 버텼다.


CPU는 이미 인텔 14세대가 나왔으니 거의 선사시대 유물 수준에 가까웠다. 그래도 당근 마켓에서 비슷한 사양의 컴퓨터가 팔리는 걸 보면 아직은 문서관리용으로 쓸만하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글만 쓴다면 아직 5년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동영상 렌더링에서 몇 십분을 기다리는 건 큰 인내를 요구한다.

구형 PC를 보내주기로 했다. 최신 CPU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가성비 좋은 12세대 i5로 결정했다. AMD 5600과 무척 고민했다. 두 CPU 모두 15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6코어 정도면 향후 5년 이상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본다. 3년 전부터 AMD 평판이 좋았고, 다음 CPU 업그레이드할 때 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인텔은 보드까지 바꿔야 하기에 나처럼 소소한 업그레이드하며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인텔을 사용한 이유는 램을 ddr5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ddr4와 속도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램은 ddr5 32기가로 늘렸다. SSD보다는 nvme 방식으로 저렴하게 가져갔다. 보드도 큰 무리 없는 h610 보드로 봤다. 그래픽카드는 CPU에 내장되어 있어 굳이 돈 쓰지 않아도 된다. 게임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내 작업환경에서는 딱히 필요 없다. 그런데 구형 PC에 허접한 거라도 있으니 재활용하면 된다. 파워도 게임 안 하기 때문에 전에 컴퓨터 거 사용하면 그만. 하드디스크도 2테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케이스는 신형 느낌을 내야 하기에 저렴이 새걸로. 모두 40만 원으로 해결했다.

이제 구형 PC는 집에 있는 부품을 모아 당근에 내보내려 한다. 뭐, 어찌 되었던 아직은 현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게임 안 하는 유저에게는 충분하다. 비록 4세대이긴 하지 i7이라 4코어 명품이다. 아직도 당근에서 CPU만 5-7만 원에 팔린다. 내게 구형이지 충분히 사용 가능한 수준이다. 이걸 10만 원이라도 받으면 30만 원 든 셈인가?

노트북이 거의 최신형들이라 PC를 다시 맞추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이들도 있고, 듀얼 모니터로 다중 작업할 때는 아무래도 PC가 편리하다. 집에서는 노트북보다는 PC를 주로 사용한다. 새 PC 속도는 예상한 대로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프로그램이 빛처럼 실행된다. 며칠간은 프로그램 세팅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나이를 먹는지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그냥 있는 거 쓰고, 하던 거 하는 편이 낫다. 새로운 것에 둔감해지면 나이를 먹는 거라 했는데...

처음 PC를 조립하고 친구들과 나누던 때가 생각난다. 플로피 디스켓 1.4메가에 담을 수 없어 ZIP으로 분할 압축해서 가지고 다녔다. 큰 데이터는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가지고 다니며 프로그램을 이동했다. 컴퓨터 케이스를 열고 보드에 하드디스크를 물리면 고장 나는 줄 알고 거부했던 분도 있다. 사촌들 컴퓨터도 조립해 주고 AS까지 해줬다. 돈도 안되는 짓을 하고 내 발품 팔아가며 고쳐주다니. ​


이제는 사무실 컴퓨터도 그냥 업체에 조립 맡겨 택배로 받는다. 몇 시간 씨름하며 조립하는 것보다 차라리 3만 원 주고 완제품으로 받는 게 편하다. 제품만 내가 선택한다. 그것도 이제는 선택도 힘들다. 사양을 결정하느라 며칠을 검색하고 비교하고 찾았다. 모르면 그냥 돈 주고 살 일을 알아서 이 고생한다. 알아서 돈을 아낀 면도 있지만, 버린 시간을 계산하면 별로 아낀 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알아보고 맞춰가는 과정이 아직은 재미있다. 아직은 청춘에 쓸모가 있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운 시절의 떡볶이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