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동하는독서 Nov 04. 2023

세상이 좁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일이 익숙하다.

아내와 지방에 약속이 있어 새벽부터 출발했다. 도착시간이 마침 점심때라 윤주 씨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작은 군의 시내 식당도 점심때는 자리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어수선했던 식사를 다 마칠 때쯤 윤주 씨가 물었다.

“여기 일 마치면 바로 올라가세요?”

“아니요. 인스타 친구가 여기서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데 잠깐이라도 찾아가 보려고요."

아내가 다른 계획이 있다는 건 나도 처음 들었다. 아내가 스마트폰에서 인스타 계정을 보여주자 윤주 씨는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을 어떻게 알아요?”

“오래전부터 팔로워 맺고 있는데, 주소가 여기더라고요. 액세서리도 궁금해서 주소 따라가보려고요."

"저 다음 약속이 군청 회의인데 이 동생과 같이 들어가요. 정말 대박이다!"

놀라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이렇게 좁은가? 아무리 작은 군이지만,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간격이 좁을 줄이야?

"아직 한 시간 정도 여유시간이 있으니 액세서리 가게에 같이 가보실래요?"


가게는 불도 꺼져 있고, 잠겨 있어 출타 중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운주 씨가 인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너편 수화기에서는 자기를 찾아온 사람이 궁금했는지 질문이 많았다. 다음에 다시 들리기로 하고 끊었지만 궁금하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 인친을 만나보고 싶었다. 다음 약속을 뒤로 미루고 픽업하기로 한 인친을 기다렸다. 함께 군청에 들어가기로 했으니 잠시라도 마주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인스타그램 친구를 만났다. 사진으로만 봤고, ‘좋아요’만 눌러준 사이가 의미 있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는 서로가 인스타그램을 더 유심히 바라보겠지? 지나가는 만난 들꽃이 우리 집에 오면 특별한 의미가 가지는 것과 같다. 스쳐가는 사람이 인연이 되는 것은 내 삶에 한 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 희미한 인연을 필연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아닐까 싶다. ​


인스타에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지역에 내려오니까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강해졌나 보다. 비중을 두지 않았던 인스타그램 친구가 자기를 찾아왔다면 어떤 느낌일까? 약간 무서울까? 마냥 반갑기만 할까? 5분도 안되는 짧은 만남이지만 헤어지고 나서 아내는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다음에 내려오면 정식으로 만나자고 약속했다.


흔히들 SNS 관계를 약한 고리라 한다. 약한 고리를 강한 고리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지역, 취미, 공감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고, 배려한다. 어쩌면 최근 트렌드는 약한 고리일지도 모른다. 강한 고리의 친구들은 더 이상 새로움을 주지 못한다. 인스타에서 만나는 사람은 새롭고, 궁금하다. 그래서 삶의 의욕이 넘쳐나는 관계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번에는 윤주 씨 사무실 근처 마라탕 집에 갔다가 옆좌석 애기엄마와 전번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이 동네가 처음이라는 걸 알아챈 애기엄마가 우리에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었다. 덕분에 사는 지역과 하는 일을 이야기하며 같이 식사를 했다. 윤주 씨와도 잘 아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동네가 작아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마다 조금씩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윤주 씨가 너무 신기하다고 했지만, 아내에게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신기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일상일 수도 있다. 그만큼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먼저 다가서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인연을 굵게 엮어간다.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이 필요하고, 누군가와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주변에 사람이 있는 사람은 무섭다. 옆에서 보면 한사람 같아 보여도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진 10년 만에 컴퓨터 교체를 단행, 오랜만에 만드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