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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Nov 23. 2023

내 글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면

SNS에 올리는 글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 리뷰형 포스팅이 아니면 나는 일기처럼 쓰기도 하고, 에세이로 구성해 보기도 한다. 상상의 이야기를 소설이란 어설픈 이름으로 발간한다. 아무튼 내 머릿속에서 잠자고 있던 생각이나 가슴속에 묻혀있던 아련한 추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즐겁기만하다. 꺼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누구를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방아쇠가 당겨져 그쪽으로 모든 오감이 작동한다.

글감이 어렵다면 여기저기 다녀보면 된다. 사람을 만나면 자동으로 글감이 생겨나곤 한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쓴 글이 타인에게 많은 것을 줄 때가 있다. 리뷰형 포스팅이야 정보를 주고 싶어 쓴 글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에세이형 글이나 자기 계발형 글이 감동을 준다면 다른 차원의 행복이다.

글을 쓴다고 모두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쓰고 나면 시간과 함께 다시 장기 기억으로 조금씩 침하된다. 기회가 닿아야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쓸 때의 감정은 모두 휘발되고 내가 이런 글을 썼다는 증거만 남는 경우도 있다. 글쓰기는 그때의 생생함을 담고 있어 바로 써야 한다. 묵히고 묵혀서 좋은 글이 되기도 하지만, 바로 쓴 글은 <누구나 글의 씨앗을 품고 산다>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선 같은 싱싱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매달 한 번쯤 내려가는 고향 같은 곳이 있다. 4년 전 어느 날 소개로 고객을 만났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며 작은 광고기획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작고 낯선 도시였지만 아내와 나는 가끔 들러 얼굴도 보고 식사도 했다. 코로나가 지나가는 사이에 그녀에게는 둘째가 태어났고 벌써 어린이집을 다닌다. 아내와 내가 근처를 지날 때면 자주 들리는 이유는 너무나 편했기 때문이다.

기획사 사무실에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언니도 만나게 되고 친정 엄마도 만나게 된다. 군청 공무원, 동네 목사님, 인쇄를 맡긴 다양한 손님들, 그 도시에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사람들이 들어오면 나누던 이야기는 하염없이 끊어지고, 마무리 짓지 못한 채로 돌아오기도 한다. 너무나 멀기 때문에 만나고 싶다고 자주 만나지도 못했다. 다른 볼일이 있으면 지나가다 들리는 게 전부였다.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그녀만 만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지난달에 들렸을 때, 마침 사무실에 계시던 친정어머님께서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커피믹스를 타주셨다. 그녀는 어머니가 변했다며 감탄을 하셨다. 처음 있는 일이기는 했지만, 감탄할 일인가 싶기도 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면 조용히 손자를 데리고 나가시는 모습이 일반적인 장면이긴 했다. 어머니와도 대화를 한참 나누었다.

이번에도 근처에 볼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친정어머니는 드시던 점심에 나무젓가락을 더해 우리에게 권하셨다. 두 번, 세 번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같이 앉아 도시락으로 가지고 나오신 점심을 먹었다. 지난번처럼 커피 믹스를 타주시는 어머니를 보며 4년의 시간이 헛되이 지나간 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했다.

딸의 권유로 내가 SNS에 올린 글을 보셨다고 했다. 집에 들어가기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끝까지 배웅해 주던 모습이 너무 고마워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은 조용히 잊혔다. 어머니께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시길래 다시 글을 검색했다. 1300개가 넘는 글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책으로 엮으면 10권- 20권이 넘는 분량을 어찌 기억하겠는가? 그나마 최근 몇 달 전 글이라서 읽고 금방 떠올렸다.

보내고 떠나는 사람의 정이란 게 참 오묘하다. '떠나는 사람을 잘 배웅하라'라는 가르침을 실행한 딸도 대견했고, 그걸 고마움으로 잘 표현해 준 내게도 고마우셨나 보다. 한참을 앉아 어머니의 살아온 삶을 들었다. 사람에게는 책이 될만한 역사가 존재한다. 그 속에서 내 삶이 드러나고 생각과 만나 하나의 글이 된다. 작은 블럭이 모이고 쌓이고 조립되어 미완성 글이 된다.

어머니는 바쁘게 일하는 딸 사무실에 온 우리가 썩 반갑지 않으셨다. 그런데 한해가 쌓이고 두해가 쌓이며 우리의 사람에 대한 진심이 보였고, 결정적으로 그 글을 통해 우리를 이해하셨다. 스스럼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 것이 진심 고맙다.  

하루짜리 포스팅으로 자리 잡고 끝날 줄 알았는데 누군가의 가슴속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나도 감동받았다. 문장을 짓는 일보다 진심을 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지 깨닫는다. 사람의 마음은 표현해야 전달된다고 보면 글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 연습의 끝판은 실전 책 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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