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동하는독서 Nov 29. 2023

'바보' 유비의 성공비결

우리 사회는 침체기에 들어가 있다. 자영사업자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20대도 취업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늘어간다. 직장과의 이별은 샐러리맨의 정해진 운명이다. 아예 취직을 하지 않고 사업 전선에 나서는 청년들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청년 창업을 국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 주변에는 창업지원을 받았다는 말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국가 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있는데 누군가는 시스템을 잘 이용하는가 보다.


그렇다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업의 3대 요소는 돈, 사람, 마케팅 능력이다. 성공한 경영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요인은 이 중에서 '사람'이다. 가장 훌륭한 사업 수완은 '사람 장사'인 셈이다. 사람을 잘 부리는 것은 사업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 속 삼국지에서 사람을 어떻게 잘 관리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예전에 재미 삼아서 고우영의 삼국지를 만화로 읽은 기억이 있다. 이런저런 계기로 만난 유비와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를 맺는다. 조그만 기업을 설립한 셈이다. 


관우는 82근(17.8kg) 짜리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무사이면서도 훈장 출신답게 사리 판단에 밝다. 관리 담당 이사라고 볼 수 있겠다. 위나라 조조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장수가 바로 관우였다. 장비는 의리를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불도저형 영업 이사에 비유할 만하다. 제갈공명은 심계에 능하다. 기획 및 재무 이사에 적합하다. 제갈공명은 의형제는 아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 '머리'는 빌릴 수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세 형제가 모두 죽고 나서도 끝까지 위업을 이루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애쓴 위인은 제갈공명이었다. 물론 유비의 아들을 적진에서 구출한 명장 조자룡도 의형제는 아니지만 끝까지 목숨을 함께 한다. 끝까지 충성을 맹세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심축인 유비를 보자. 만화가 고우영 표현에 따르면 한마디로 '쪼다'다. 계속 쪼다 유비라는 말을 반복한다. 무엇 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 관우처럼 멋진 사람도 아니고, 장비처럼 힘이 센 것도 아니다. 제갈공명의 머리에는 발끝도 쫓아가지 못한다. 겁도 많아서 적이 쳐들어올 때마다 우왕좌왕한다. 제갈공명의 말을 듣지 않아 난처함에 처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바보' 유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믿게 만드는 '친화력'이다. 어쩌면 제갈공명이 삼고초려 후에 세상에 나가면서 탄식한 대목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믿고 3번이나 와준 사람이 하필 유비였나 싶을 것이다. 그만큼 큰 위인은 아니지만 사람을 움직인 힘은 유비에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삼국지의 관점을 유비의 촉나라 중심으로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지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나 배려를 보면 유비는 간단하지 않은 보스다. 무술이나 학식 등의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사람들의 충성과 신뢰는 시스템을 엮고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핵심 축이다. 돈과 노하우는 소중한 성공 자산이지만, 사람 간의 연결 고리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삼국지에 보면, 욕심을 낼만한 성을 제발 다스려 달라고 하는 성주의 간청을 유비가 거절하는 대목이 나온다. 자신은 임시로 성을 다스렸을 뿐이라며 의를 위해서는 자신의 욕심을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유비이다. 스스로 똑똑함을 내세우기보다는 주변의 똑똑한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의 성공을 기술적으로 분석해 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덕은 단순한 기술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돌연변이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