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가 너무나 빨라 어디까지 따라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네이버 기사를 보니 정비조합원들이 정부에 생존권 지원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과 정부의 노후차 지원 때문에 정비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말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정비 사업조합원 카센터 1,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웬만한 정비소도 이제는 직영이나 체인점 형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어딘가는 대기만 며칠이 걸리는데, 또 어딘가는 고객이 없어 문을 닫습니다. 너무 많아지고 나면 소멸하는 것이 이치입니다. 카센터가 너무 많았던 것도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차량 등록이 2500만 대가 넘었다고 합니다. 이미 모든 가정에 차 한 대 이상 보급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가구 수가 2000만이니까 어떤 가정은 2대 이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문득 이런 숫자를 접하고 나면 정비소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을 운행해 본 사람들은 압니다. 차량의 내구성이 예전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가 첫 차를 구매하고 나서 지금까지 아내와 합쳐 운행한 차량이 15대 정도 됩니다. 이미 15년 전에 구매한 차량도 그랬지만, 정비소 갈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소모품과 리콜이 아니면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간 적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정비소가 그렇게 많이 필요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3년 타고 차량을 바꾸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10만 킬로 안쪽으로 운행한다는 말인데, 더더욱 정비소 갈 일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차량은 20만 킬로 이상 타도 별 이상이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지금 나오는 차량은 내구성이 더 뛰어날뿐더러, 6만 킬로 3년 내에는 보증수리가 되기 때문에 정비소 문 닫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지금 제가 타는 차는 5년 15만 킬로 보증입니다. 개인정비소는 절대 갈 일이 없다는 말이죠. 그런데 거기에 더해 지금은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전기차 때문에 정비소 문 닫겠다는 소리가 이미 나왔습니다. 일반인도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준비를 못 했는지 아쉽습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엔진오일 교환마저 필요 없습니다. 미션도 없으니 고장 날 이유도 없습니다. 배터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이건 정비소가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예견된 일인데 준비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정부 지원을 촉구한다니... 국민이 이해할지 의문입니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시대 변화를 예측하지 못해 도산했다면 누구 탓일까요? 개인 자영업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시대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 업종에 대해 잘 살펴야 합니다. 특히 AI의 등장으로 소멸할 직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입니다.
아들이 제과 제빵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등록하러 같이 다녀왔습니다. 방학을 맞아 12살 학생들까지 수업을 듣기 시작한 덕분에 자리가 없다고 하네요. 등록한 나이대를 보니 30-50대가 참 많더군요. 시대 변화에 맞서기 위해 직업을 배우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말입니다.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노년의 일자리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미래 이야기입니다.
변화는 시나브로 진행됩니다. 얼리 어댑터라가 이미 체험을 시작하고 나면 공존하는 기간이 존재합니다. 그때라도 변화를 알아채야 합니다. 그걸 놓치고 있다가 변화의 끝물에 다다르면 이미 때는 늦어버립니다. 강제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택시 기사분들이 생존권 문제를 내세워서 타다와 충돌했지만, 그 변화를 어떻게 막을까요? 자동차 보유대수가 3000만 대를 넘어서면 누가 택시를 탈까요? 오히려 주차장 늘리는데 세금을 써야겠죠. 더구나 자율주행이 더 상용화되면 그때는 끝입니다.
카센터 1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고 했지만, 그들은 시대 변화를 앞서간 부분도 있을 겁니다. 제가 단골로 가는 카센터 사장님도 몇 해 전에 이미 다른 업종으로 바꾸었습니다. 캠핑카 붐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제작 기술을 배웠습니다. 준비를 한 것이죠. 지금은 경기도에 공장을 구입해서 일반차를 캠핑카로 바꿔주는 일을 합니다. 이런 분들은 폐업일까요? 1000곳이 문을 닫았다는 말에는 다른 정보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문제는 특정 업계의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자칫 안일하게 대처하다가는 바로 아웃될지도 모릅니다. 특히 시대 변화가 빨라진 요즘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우된다면 더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변화에 눈을 뜨고, 모르면 관련된 사람들이 진행하는 세미나, 책을 자주 읽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있어야 합니다. 요즘처럼 안일한 생각이 죄가 되는 세상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