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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결정하는 힘 - 믿음의 시작

by 행동하는독서


하는 일도 그렇고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도 그렇고 나는 제안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물론 제안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특히 블로그 하면서는 서평 제안이 많이 옵니다. 광고 제안도 많이 옵니다. 제안이란 누군가에게 해보라고 권유하는 일입니다. 권유하는 상대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허락하는 당사자에게도 좋은 일이 많습니다. 한 사람에게만 이득이 간다면 그건 제안이 아닙니다. 명령이거나 희생이 됩니다.


오래전에 업무 때문에 친한 분에게 몇 가지 제안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걸 왜 나에게 묻지? 내가 물었던 질문이 아닌가?'

하지만 대답은 긍정적으로 해주었습니다.

"그럼요. 당연히 할 수 있죠. 물론입니다."

"제가 정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실 그분이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고 모른다면, 해봐야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제가 부족한 건 도와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정말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어요."


사실 나는 '하겠다', '안 하겠다'만 답을 받으면 되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그나마 친한 분이라서 좀 더 부드럽게 설득을 했습니다.

"음.. 만약에 할 수 없는 분이라면 저도 제안을 안 하겠죠. 자꾸 저에게 물으셔도 저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에 사업 자금이 부족해서 은행에 가서 대출을 신청한다고 가정해볼게요. 대출 담당자가 사업성에 대해서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당연히 '잘 해낼 수 있다.'라고 하겠죠. 그 자리에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그분은 해보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다른 분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의 제안에 하나님께 응답을 받아야 한다는 분입니다.

"그럼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충분히 기도를 해볼게요. 좀 기다려주세요."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서 허락의 응답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같이 일을 시작하고 한 달도 되기 전에 연락이 두절되고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자기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미안해서 연락 못 했답니다. 신기하게 그만두는 것은 자유의지입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결정할 문제를 남에게 동의를 구할까요? 그냥 해보고 싶다. 도와달라. 하면 될 것들입니다. 남들의 시선, 의견, 거절에 너무 많이 신경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실패했을 때 자신의 입장을 너무 의식합니다. 물론 적당한 선이란 것이 있기는 합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선을 넘으면 서로 불편할 테니까요.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실패도 합니다. 그걸 몰라서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나에게 제안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그 평가의 책임은 제안을 한 사람에게도 있는 것입니다. 제안자도 모험의 각오를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사람도 모험을 해야 합니다. 그 모험은 단지 자신을 믿고 해보는 것입니다. 아니면 바로 거절해 주는 것이 서로 간에 큰 피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오히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를 만듭니다. 그걸 내가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분에게 제안을 했겠죠. 나에게 제안을 했다는 것은 내가 그 일에 적합한 사람으로 보았다는 뜻입니다. 정말 잘 못 본 것이라면 제대로 수정해 주고 못하겠다 하면 됩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결정하고 같이 최선을 다해보는 것입니다. 세상에 아무도 못할 일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시작이 미미해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까지는 다 잘하더군요.


인간의 능력은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자신이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프로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프로의 수준이란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신을 좀 더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은 결정은 내가 능동적으로 내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에게 이끌려서 핑계를 만들어 내는 결정 말고,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그 믿음대로 내리는 결정이 진짜 결정입니다. 그래야 꾸준히 끌고 가는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남이 믿어주지 못하면 나라도 나를 믿어주어야죠. 오히려 남도 믿어주는 나를 내가 믿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