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많이 하고 다니면 책 읽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음성으로 만들어진 강의를 즐기는 편이다. 유튜브 발달과 함께 강의가 넘쳐나는 시대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예전에는 세바시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다른 강의도 찾아 듣는다.
오늘도 운전하며 어떤 여상분의 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내용이 아주 맘에 들어 메모하고 싶을 정도였다. 강의가 중반을 넘어갈 때부터 살짝 거부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개긴다’는 표현이 귀에 거슬렸다. ‘선빵’은 뭔가? ‘싸가지’는 쉽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무리를 하는 모양새이다. 단어 선택을 잘못하고 있었다. 최소한 내용에 맞지 않는 단어였다. 내용을 끝까지 말하지도 알았는데 혼자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도 가볍게 다가왔다. 끝까지 다 듣기는 했지만 내용이 말투에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얼굴도 잘 모르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종합평가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보석 같은 내용을 전달하려면 그에 맞는 목소리 훈련이 필요해 보였다.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 중에 목소리가 있다. 특히 여성은 상대의 목소리에 더 끌린다고 한다. 한 번쯤 목소리 가다듬기에 신경을 써볼 필요가 있다. 목소리는 목에서 내기보다는 단전에서 낼 때 부드럽게 나온다. 결국 온몸으로 이야기해야 자연스러운 소리가 나온다는 말이다. 목으로만 내면 금세 피로해지고 카랑한 소리가 된다.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졌는데도 듣기 싫은 소리는 대체적으로 말투의 문제이다. 우리가 쓰는 상투적인 언어 습관이다. 지역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쓰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그걸 잘 체크하면 성대모사가 된다. 남들이 인정할 만한 사투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투는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분은 반말을 상습적으로 쓰면서도 도무지 고칠 줄 몰랐다. 내가 언지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고치는 게 쉽지 않았다.
“나도 알아요. 제가 반말 잘 쓰는 거. 그런데 안 고쳐져요.”
안 고쳐지는 건지? 고칠 마음이 없는 건지? 신기했지만, 다행히 마지막에는 꼭 존댓말로 끝나니 애교스럽게 봐줄 만도 했다. 어느 날 고객을 만났다가 호되게 혼이 난 모양인지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말은 그 사람의 정신이 녹아 있다. 말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본심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람을 바라보는 눈 높이부터 바꿔야 한다. 본심이 아닌데도 말투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빨리 고쳐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말은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딱딱한 말투가 귀에 걸리는 사람에게 멜로 영화를 몇 개 보라고 추천한 적이 있다. 내용도 좋고 목소리도 좋은데 말이 끊어지고 흐트러짐이 없다 보니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내린 처방이다. ‘나는 할 말만 정확하게 한다.’ 대중을 상대로 할 때는 유용하지만, 일대일로 대화를 나눌 때는 인정 없게 느껴질지도 몰랐다. 은행 창구에서 볼일을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차가운 표정과 업무적인 목소리는 일 처리에 좋을 뿐, 고객과의 소통은 차단된다.
가르치는 말투가 싫어 관계가 끊어진 경우도 있다. 가르친다는 것은 상대가 궁금해할 때이다. 그 이상의 것을 이야기할 때 가르치는 느낌이 든다. 말투까지 딱딱하면 영락 없이 선생님이다. 친구 같은 느낌보다 사감이라는 느낌이 들면 무시당한다는 느낌마저 들 수 있다. 조심해야 하는 말투 중에 하나이다.
각이 날카로우면 살짝 깎아내고 너무 뭉툭하면 조금 조일 필요가 있다. 딱딱하면 살짝 늘려서 푹신하게 하고 너무 물러서 지루해지면 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매력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 미묘한 차이를 조절한다. 물론 말투에 단어 선택도 중요하다. 아나운서처럼 말하라는 것은 아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말투와 일대일로 하는 말투는 차원이 다르다. 연습해야 문제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