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시점은 참으로 다양하다. 1인칭에서 출발해 2인칭, 3인칭까지 존재한다. 이야기의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소설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누구나 편하게 쓰는 것은 1인칭이다. 그냥 내 이야기처럼 쓸 수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좋다. 하지만 구성에 제약이 많아 생각보다 쉽지 않다. 3인칭은 제약이 없어 편하지만 자칫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에세이에서는 시점이 한정적이다. 결국 1인칭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1인칭으로 쓸려면 시제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써야 한다. 주장을 펼치고 싶어도 결국 내 경험이나 관찰이 들어간다. 과거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과거의 경험이란 건 한정적이다. 더구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무척이나 제한적이다. 그래서 경험 하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작은 물건, 느낌까지 세밀하게 적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따지면 에세이의 한계는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더해, 과거형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좋다. 즉 이미 끝난 것을 쓰는 것에서 현재형으로 옮겨오면 된다. 지금 내가 계획하고 진행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적어보는 것이다. 이유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 관해서도 좋다.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에서 나오는 글은 아련하고, 교훈적이고, 지식적 공감이라면, 현재 진행은 기대감에서 오는 공감이다. 저자의 다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게 만든다.
블로그는 현재형 에세이를 쓰기 딱 좋은 플랫폼이다. 오늘의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쓰려면 독자가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일을 벌여야 한다. 결국 현재형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행동하는 사람이다. 블로그에 매일 포스팅하려면 매일 뭔가를 해야 한다. 계획하고, 도전하고, 구매하고, 체험하고, 나눠야 한다. 이왕이면 새로 시작한 취미를 하나의 콘셉트로 잡아 길게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글감이란 것은 나의 뇌에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매일 겪는 일상은 뇌를 깨우기 쉽지 않다. 내가 동기가 되지 않는데 글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일상이 버라이어티 하다면 뇌는 계속해서 각성한다. 질문의 힘처럼, 방아쇠가 작동하면 뇌는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특성이 있다. 뇌에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은 무엇인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새로운 취미 활동을 하면 내 삶 자체가 궁금해진다. 제일 먼저 독자인 내가 궁금한데, 글 쓰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하겠는가? 나의 기대감이 저절로 전해진다. 과거의 기억은 내가 이미 답을 알고 있어서 기대감보다는 비슷한 경험에서 오는 공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형은 글 속에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담긴다.
결국 책으로 나올 때는 다 지나간 과거의 것이 될지언정, 글에 담긴 느낌은 다르다. 블로그에 진행되는 것을 중계하듯이 써보고 모으면 한 편의 원고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책이라는 게 거창하고 대단한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좋아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가치가 있다.
남의 일기가 재미있는 것은 지금 진행형으로 읽기 때문이다. 친구의 고민과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저 사람이 계획한 일들이 잘 풀릴지, 실패할지 궁금하다. 자시가 좋아하는 일, 즐기고 있는 일, 하고 있는 일을 하나의 주제로 써보기를 추천한다.
현재의 일을 토대로 과거까지 소환하면 더 깊이 있는 글이 될 것이고, 미래의 계획이나 희망까지 품는다면 자기 계발형 글이 될 법도 하다. 에세이의 범위에는 한계가 없기에 마음껏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다니며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을 써보고 싶다. 소설 같은 에세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3인칭으로 나를 돌아보는 에세이는 어떨까? 내 마음이다. 내 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