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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May 20. 2024

31. 젊어서 고생은 재산이다.

도성은 은지가 기다리는 빵 공장으로 들어섰다. 작은 공장에서 직원 4명이 새벽부터 오후까지 일하고 있었다. 사무실이라고 따로 없어 구석 한켠에 책상과 의자가 있고 한 달 생산 일정이 화이트보드에 적혀있었다.

“공장 처음이죠?”

주위를 둘러보는 도성에게 은지가 먼저 말을 걸었다.

“네. 올 기회가 없었네요.”

은지는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도성을 데리고 가서 한 명씩 인사를 시켰다.

“이번에 우리 매장 지점장이 된 도성 씨에요. 앞으로 서로 도울 일이 많을 겁니다.”

여직원 한 명이 눈인사를 하며 말을 걸었다.

“와 우리 지점장님 너무 잘 생겼다. 축하합니다.”

"아직 배울게 많습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잘 생긴 총각이 말도 이쁘게 하네."

도성보다 5살에서 10살 이상 많은 분들에게 허리까지 굽히며 더 깍듯하게 인사했다.


은지는 도성을 데리고 나와 근처 보이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도성 씨 공장 나와 보니까 어때요.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좋은 분들로 보입니다. 가족적 분위기 같구요."

"그렇기는 하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은지는 A4용지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이게 지난달 매출인데, 봐요... 순이익이 많지 않아. 공장을 더 늘리고 싶어도 이 인원으로 순수익 맞추고 있어서 참 애매하네요. 다른 돌파구가 필요해 보여요. 새로운 신사업으로."

"생각해 두신 거라도 있으세요?"

"요즘 온라인이 대세로 떠오르니까 나도 온라인 판매로 나서볼까 하는데, 도성 씨가 온라인은 나보다 잘 아니까 혹시 의견이 있을까 해서."

도성이 잠시 시간을 두고 먼 산을 보며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은지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라 계속 미루고만 있었다. 도성의 생각이 궁금했다. 도성이 말을 꺼냈다.

"어차피 여기 빵은 뉴욕 베이커리에서 못 팔잖아요."

"그게 문제예요. 뉴욕 매출이 올라가는 거와 여기와는 별개니까."

"매출을 높이려면 소매 판매가 필요하구요."

"그렇죠. 그럼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면 온라인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나쁘지는 않지만, 빵이라는 게 신선도가 생명인데 온라인은 예측이 되지 않아서요. 만약 재고 실패하면 엄청난 리스크를 안아야 하잖아요."

"맞아요. 뉴욕 베이커리에서도 남은 빵 때문에 내가 힘들었거든요."

"저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요. 어떤 의견이든 내줘요."


둘은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카페를 나왔다.

"저는 그럼 걸어서 갈 테니까 들어가세요."

"아니에요. 나도 뉴욕에 가봐야겠어요. 같이 걸어요."

가로수 길을 둘이 나란히 걸었다. 걷다가 문득 은지는 도성을 올려다봤다.

"도성 씨 개인적 질문해도 돼요?"

"네, 그럼요."

"도성 씨는 아직 젊은 나이인데 어디서 그런 성숙함이 나올까?"

"어려서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봅니다."

"어떤 걸 고생이라 생각했어요?"

"아버지가 어려서 사업에 망해 돌아가시고 줄곧 어머니 손에 컸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경제력이 없으셔서 제가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거든요. 고등학교 때부터 저녁에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세상을 배웠어요."

"고생 많이 하긴 했네.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는 않았어요?"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별로 없어요."

은지는 도성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은지는 아버지를 향해 가지고 있던 원망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도성 씨가 나보다 낫다.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원망스러웠는데."

"그래도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이 조금 있어서 여유롭지는 않아도 그냥저냥 살 수 있었어요. 감사한 일이죠. 정식 결혼이 아니라서 어머니 재산은 지킬 수 있었거든요."

"다행이다. 편의점 말고 다른 일도 해봤어요?"

"새벽 우유배달, 주유소에서도 해봤구요. 베이킹 배우기 전에는 야채, 과일가게에서 판매도 해봤어요."

"많이 했네. 그런 일들이 도움이 됐어요?"

"그럼요. 판매할 때 무시도 많이 당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 마음도 알았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고정고객으로 만들지 사장님께 많이 배웠어요."

은지는 문득 도성이 자기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은행 직원과, 빵집이 전부인데... 나이는 나보다 어려도, 경험은 더 많네요."

"아닙니다. 저야 짧은 경험들이라서요. 뉴욕에 오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특히 사장님의 큰 비전에 감동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뉴욕 베이커리 앞에 다다랐다. 은지는 도성을 들여보내고 오랜 단골로 지내는 핸드폰 가게 사장에게 들렀다. 이런저런 지난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핸드폰에 도성의 이름이 떴다.

"사장님 멀리 가셨어요?"

"아니요. 옆에 있어요."

"아르바이트 이야기하다 생각났는데요. 신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은지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핸드폰 가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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