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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May 27. 2024

32. 아이디어 전쟁

은지가 도착하자마자 도성은 지도를 펼쳤다. 뭘 하려고 하는지 몰라도 뭔가 나올 거라는 기대감이 찾아왔다. 도성은 빨간 펜으로 뉴욕 베이커리 위치를 동그랗게 그렸다. 그리고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더 큰 원을 그렸다. 은지가 물었다.

"무슨 의미죠? 우리 영업망인가요?"

"비슷합니다."

"자세히 설명해 봐요."

"이 동그라미 안에 아파트 단지가 2개 있습니다. 2개 단지에 세대를 더하면 2000 세대가 넘어갑니다. 여기에 30 %만 주문을 받아도 600 세대가 되죠."

"뉴욕 베이커리를 차릴 때 이 정도 상권분석은 다 했던 건데…"

"오는 손님을 기다리지 말고 직접 배달을 해 볼까 합니다."

은지는 말없이 도성을 올려다봤다. 도성이 설명을 이었다.

"한국 아침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시리얼을 먹는 과정도 늘어나고 있죠.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고객이 원하는 빵을 새벽마다 배달하는 거죠. 손님을 기다리면 재고가 넘지만, 배달을 하면 재고 부담이 없잖아요."

"좋은 아이디어긴 하네요. 하지만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사장님 만 괜찮다면, 이제 고민해 봐야죠."

"나쁘지 않아요. 솔직히 좋아요. 그런데 현실성이 있을까요?"

"수요를 예측할 수 있으니 재고의 부담도 없고, 새벽 배달이니 차 먹히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아침에 우유배달 해본 적이 있어서 잘 알아요."

"그럼 모집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건 저도 아직 생각을 다 못했습니다."

"일단, 좋아요. 나도 깊이 생각해 볼게요. 조사를 더 해보고 내일 다시 이야기해요."


도성과 헤어진 은지는 원장에게 전화했다.

"어쩐 일인가 사장님."

"언니, 도성이 그 친구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우쭐할까 봐 칭찬까지 하지는 못했는데 빵집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뭔 좋은 소식이 있는 거야?"

"언니, 빵을 우유배달하듯이 새벽 배달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오. 아이디어 좋네."

"그치"

"그런데 생각처럼 될지 모르겠네. 들어본 적 없는 판매방식이라서..."

"생각해 보니까, 저녁마다 빵을 사가는 손님들이 많았거든. 아침으로 대체하려고. 그런 고객들에게 먼저 홍보해 봐도 좋을 듯싶은데."

"홍보가 관건이네."

"그렇지, 소매니까 마케팅을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

"도성이는 뭐라고 해?"

"내일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어. 어떤 마케팅이 나오더라도 언니가 도와줘야겠어."

"나야, 언제든지 돕지."

"언니도 생각 좀 해줘."

원장까지 좋다고 하니 은지는 은근 기대감이 더 커졌다.


은지는 수정에게도 전화로 아이디어 구상을 부탁했다. 다음날 한 시간 먼저 출근한 세 사람은 회의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실행하자는데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망막하기만 했다.

"일단, 본사 정책이 있어서 모집을 여기서 함부로 할 순 없어요. 어떻게 홍보할지 계속 고민해 줘요. 일단 작게 시작해 보죠."

"배달은 누가 하죠?"

수정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도성이 대답했다.

"일단, 새벽이니까요. 제가 먼저 해볼게요. 주문이 많아지면 아르바이트를 한 명 뽑아보죠. 아파트라서 멀리 가지 않아도 되니까 할 사람이 많을 겁니다. 사장님은 아침에 먹을 빵 메뉴를 뽑아주세요."

은지가 도성에게 물었다.

"새벽에 배달하고 낮에 어떻게 일해요? 수정 씨가 낮에는 아르바이트와 일을 좀 나눠줘요."

수정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도성이 은지에게 물었다.

"사장님이 메뉴를 뽑아주면 일단 제가 아파트에 전단지를 돌려볼게요."

세 사람은 적당히 합의하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도성이 빵 이미지를 가지고 전단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체할 틈도 없이 가지고 나갔다. 도성의 빈자리를 은지가 대신했다. 저녁나절이 돼서 도성이 돌아왔다.

"어때요? 반응이 있어요?"

"네 일단 오늘은 5건 주문을 받긴 받았어요."

"진짜? 어디에서 받았어요?"

"일단 놀이터와 유치원 버스 정류장이요. 어머님들이 모인 곳이 좋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들 아토피 때문에 건강빵을 만들어주셔야겠어요. 가능할까요?"

"원장님과 상의해서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제공할 수 있는 메뉴를 찾아볼게요."

은지는 바로 원장에게 전화했다. 은지가 한참을 통화하고 난 후 이미지를 다시 도성에게 건넸다.

"오늘 너무 수고 많았어요. 내일 새벽에 공장으로 와요. 수량이 많지 않으니 따뜻할 때 바로 가지고 나갈 수 있게 준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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