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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Jun 03. 2024

33.실행력이 초반을 좌우한다.


도성이 차에 빵을 실었다. 배달차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은지는 다시 빵을 만들었다. 비록 다섯 집이지만, 일단 시작부터 결과를 얻어 흡족했다. 기업이나 어린이집에 비하면 티끌만한 실적이지만, 마진이 높다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무척 중요했다. 그 집들을 시작으로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다. 배달이 많지 않아 아침해가 떠오르기 전에 도성이 돌아왔다.

“이제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네요. 일단, 아직 따뜻한 방이라 반응은 괜찮을 것 같은데요. 입소문을 어떻게 낼지 고민입니다.”

“sns에 올린다고 하지 않았나요?”

도성은 핸드폰을 꺼내 컴퓨터에 물리며 말했다.

“집집마다 문 앞에 놓은 빵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바로 고객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빵을 맛보고 있을 겁니다.“

“그런 사진이 효과가 있을까요?”

“제가 공부해 보니까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여주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영업에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네요.”

도성은 사진을 편집하고 나서 은지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굿모닝 베이커리’라는 이름이 보였다.

“사장님 이 이름 어때요? 이제 그냥 빵 공장이라고 하기보다는 이름이 있어야죠. 제대로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하기로 해요.”

“이름 좋은데요. 굿모닝, 배달 이름과도 딱 맞네요.”

“그럼 이렇게 만들어서 시작해 볼게요. 명함도 하나 제작하려고 합니다.”

“도성 씨는 다 계획이 있나 봐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네요.”

은지는 도성이 제안한 대로 전 직원에게 ‘굿모닝 베이커리’에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부탁했다.

“일단, 사람이 늘어나기 전에는 메신저로 주문을 받을 예정입니다. 새로 나온 빵 사진을 보내주고 내일 주문할 빵을 9시까지 주문받을 겁니다. 특별한 변경이 없으면 전날 메뉴 그대로 배달할 거고요. 배달할 집이 늘어나면 앱을 하나 제작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직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니까 이렇게 진행해 보겠습니다."

"좋아요. 이 포트폴리오가 잘되면 여기는 지점장님이 절대적으로 맡는 걸로 하죠."

"아닙니다. 제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장님께서 경험이 많으시니 잘 검토해 주셔야 합니다. 사장님은 주문대로 새벽에 빵을 만들어주세요.”

도성의 계획은 나름 치밀했다. 은지는 당분간 도성이 원하는 대로 두고 보기로 했다. 아직은 메뉴에 넣은 빵이 많지 않아 회사에 납품하는 빵과 다를 게 없지만 가정에서 아이들과 먹을만한 건강한 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원하는 간식과 가정은 아무래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아이들 면역과 아토피 때문에 엄마들이 고민이 많아요. 가격은 높더라도 그걸 공략해 보죠."

"네, 그럼 문구도 그렇게 만들어볼게요."

원장이 제공한 대로 일반 일반 밀가루 대신에 통밀가루와 유기농 밀가루를 이용한 레시피도 추가했다. 도성은 그걸 이용해 전단지를 만들고 SNS를 업데이트했다.


도성은 오후에도 샘플로 쓸 빵을 봉지에 담아 프린트한 전단지를 가지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은지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수민이 유치원 친구들 엄마들에게 전화기를 돌렸다. 새로 시작한 배달 서비스를 열심히 떠들었다. 엄마들이 궁금하다며 신청하고 싶다고 했다. 은지는 배달 받을 빵 개수를 화이트보드에 적고 한 달로 계산해서 계좌번호를 보내주었다. 이틀 만에 10집으로 늘었다. 도성이 돌아오면 또 몇 집이 늘어날지도 몰랐다. 뉴욕 베이커리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배달만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가게보다 훨씬 나았다. 은지는 도성이 만들어 놓은 레시피를 가지고 주변 카페로 출발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네, 빵은 잘 받고 있습니다. 어쩐 일이세요?"

앞치마를 두른 카페 사장이 은지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름이 아니라, 여기는 아파트를 끼고 있어서 아이들과 같이 오는 엄마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요. 이런 빵도 추가해 보시면 어떨까 해서요."

"어디 한번 보죠."

후덕하게 생긴 여사장은 아토피라고 쓰인 글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 좋은데요. 엄마들이 예민한 부분이거든요."

"그렇죠. 저도 애기 키워봐서 알죠."

지금은 은지에게 없는 수민이가 문득 스쳐갔다. 여사장은 큰 고민 없이 빵을 추가해 주었다. 카페를 나온 은지는 공단 중고차 매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냉장 시스템이 들어간 탑차를 계약하고 다시 공장으로 들어왔다. 마침 도성이 화이트보드에 주문 내용을 적고 있었다. 

"뭐, 좋은 결과 있어요?"

"아! 사장님 오셨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데요. 오늘은 열 집 정도 주문을 받았어요. 내일은 아파트 광고를 내봐야겠습니다. 반응이 있으니 입소문을 더 내면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제 승용차 대신에 탑차를 끌고 다니는 걸로 하죠. 승용차로 다니니가 가내 수공업 같잖아요. 탑차에 넣을 브랜드 광고도 생각해 줘요."

도성은 뉴욕 베이커리 아르바이트와 상의를 했다면서 젊은 감각에 맞는 브랜드 로고를 보여주었다. 은지는 뭐든 좋았다. 프랜차이즈를 떠나 자체 브랜드를 갖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무래도 먹는 브랜드니까요. 연두색과 흰색으로 아이덴티티를 살려봤습니다."

"난 이미지는 잘 모르지만, 빵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넣으면 어떨까요? 글자만으로는 뭐 하는 회사인지 단번에 나타나지 않네요."

"음, 알겠습니다."


은지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학원 원장과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가족 먹거리를 위해 고민한 결과라는 스토리가 제법 그럴듯하게 보였다. 굿모닝 베이커리와 뉴욕 베이커리 직원들을 모두 모아 브랜드를 소개했고 자신의 포부도 밝혔다.

"이제 우리는 베이커리 도매와 소매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시작했습니다. 장차 이 브랜드를 우리 동네에서만이 아니라 더 넓게 펼쳐갈 생각입니다. 3년 안에 우리 회사를 경기도 내에서 최고 브랜드로 성장시켜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여러분은 지금이나 나중이나 모두 우리 회사의 중역입니다. 한 분 한 분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어떤 의견이 있으면 바로바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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