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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Jun 17. 2024

35.위기

배달이 400집이 넘어가면서 은지의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던 물살이 폭포를 만나 쏜살같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직원과 트럭이 많아졌다. 도성은 아침 저녁으로 정신없이 일에 매달렸다. 은지도 마찬가지로 들어오는 일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은지는 도성과 수정을 불러 회의를 했다.

"김 실장과, 이 실장님은 새로운 인력을 알아봐줘요."

수정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장님, 지금 우리 회사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요. 일단,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쉬어가요? 어떻게?"

도성도 나서서 거들었다.

"사장님, 자꾸 확장만 하지 말구요. 고객의 만족을 위해 애쓰는 편이 지금은 나아보입니다. 투자가 계속 들어가다가 신뢰를 잃으면 큰 위험에 처할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요?"

"일단, 범위를 한시간 내로 압축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은 한시간 밖으로도 나가고 있어서 따뜻한 빵이란 우리 모토를 스스로 놓아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다른 회사가 치고 들어오면 어쩌려구요. 그건 김실장이 걱정했던거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능력치라는 것이 있으니, 일단 다 먹으려하지 말고, 우리 지역에서만이라도 최고가 되는 것이 나아보입니다."

이미 수정과 도성이 의견을 맞춘 듯 보였다. 은지는 마커펜을 들고 화이트보드에 쓰여진 '전국 최고'라는 글을 지웠다. 그리고 '안영시를 잡자!'라고 고쳤다.

"맞아요. 일단 우리 안영시에서라도 최고가 됩시다. 안영시하면 우리 빵집을 기억하게 합시다."


정신없이 영업을 하고 있던 은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여기 안영병원 응급실입니다. 김도성씨가 교통사고로 입원했어요. 보호자와 빨리오세요. 수술 들어가야 합니다."

은지는 깜짝 놀랐다. 서둘러 도성의 엄마에게 연락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보험사 담당자를 만났다. 도성이 타고 있던 트럭이 사거리에서 신호위반하는 트럭과 충돌했다고 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했다고 했다. 장 파열이 있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몇시간의 수술에 들어갔다. 은지는 도성의 엄마 미진과 마주 앉았다.

"죄송합니다. 일이 많아져서 무리를 했나봅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아니에요. 일을 했으면 열심히 해야죠. 사장님 잘못 없어요."

"제가 앞으로 더 조심하겠습니다."

"아니에요. 퇴원하면 일 더 시키세요. 지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감사합니다."

은지는 도성 엄마, 미진의 손을 잡고 눈물을 보였다. 은지를 가만히 보고 있던 미진이 말을 이었다.

"도성이 아빠도 매일 일만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사람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이제 이해가 됩니다.

"도성씨는 아빠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던데요."

"그럴겁니다. 도성이는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했어요. 그래서 도성이는 가정을 잘 이끌어 가는 사람이길 바랐어요."

가정이란 말이 은지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왜 아빠를 부르지 못했어요?"

"도성이는 원래 김씨가 아니거든요. 태어났을 때는 윤씨였어요. 애 아빠가 죽고 제가 김씨로 바꿨어요."

"윤씨요? 아버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는데요?"

"사업이 망했어요. 벌 받은 모양입니다. 본처와 아들을 버리고 살았어요. 일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게 안타까워서 가까워졌는데 도성이가 생겨버렸어요. 저도 철이 없었어요. 한 가정을 파탄시키고 살았으니 저도 벌을 받나봅니다."

은지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이야기 낯인은데요. 윤씨라구요?"

"네, 저도 죄인입니다."

"우리 남편 아세요?"

미진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어요?"

"사장님이 저를 도와주셨을 때 기억하세요?"

은지가 모를리가 없었다.

"사고 나던날, 인연을 끊고 산다고 하기에 아버지 부고를 알려주러 갔어요. 빵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런데 사고가 나면서 타이밍을 놓쳤어요. 사장님과 태성씨를 보면서 말을 안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이건 너무 충격이네요."

"죄송합니다. 우리 도성이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요. 빵집은 일부러 접근한건 아니에요. 도성이가 일 시작하고 나서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때 사장님 가게에서 일시작했다구요. 그래서 아들에게 은혜를 꼭 갚으라고 했어요. 착한애거든요.”

“도성씨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미진은 머뭇거리며 말을 못했다.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저로써도 충격이네요. 정상적이었다면 도성씨가 제 시동생이 되는 건데요. 지금은 태성씨와 이혼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데, 또 그건 아니네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도성이가 사장님을 참 존경해요. 동생처럼 잘 대해준 분이라며..."


은지는 병원에서 돌아와서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동안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시동생이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그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는 사실도 꿈만 같았다. 벌려놓은 일은 많은데 혼자서 어떻게 수습 해 나가야 할지도 망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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