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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Jun 24. 2024

36. 한배를 탔다

태성과 함께 살 때 은지는 태성의 아버지에 관해 조금 듣긴 했다. 태성은 가정 파탄의 원인을 도성의 엄마인 미진이라고 했다. 태성도 어린 나이에 충격이 컸으리라. 하지만 어른들 문제는 또 그렇게만 볼 순 없었다. 미진의 말에 의하면 시아버지도 많이 외로우셨나 보다. 남녀의 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태성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는 부모님의 문제이니, 은지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순 없었다. 지금은 은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했다. 이미 태성과는 남남이 된 사이인데 고민할 것도 없어 보였다가, 그래도 수민이 삼촌인데 함께 일하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다.  


다음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도성의 의식이 돌아왔다. 어머니도 은지도 잘 알아보는 눈치였다. 두 사람이 병실에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도성 씨 어머니께 다 들었어요.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고 어서 낫기나 해요.”

도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은지도 더 있으면 불편해질 것 같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진이 병원 1층까지 내려왔다.

"나오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제가 불편합니다."

"저... 사장님, 우리 도성이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빠 없이 자랐는데 사장님이 아니 형수님이 친 누나 같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냥 동생이라 생각하고 일 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알겠습니다. 생각해 볼게요."

은지는 미진을 들여보내고 걸었다. 태성이 그렇게 밉다고 했던 미진의 아들과 일하는 자신은 뭔가 싶었다. 태성과 다시 합칠 것도 아닌데 이걸 걱정이라고 해야 하는지도 애매했다. 태성에게 알려줘야 할까 싶다가도 그럴 의무가 있는 건지 의아했다.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가정사가 아닌가?


은지 혼자서 배달 직원들 일정 처리히고 보고받았다. 그걸 처리하느라 다른 일은 미뤄두기만 했다. 책임자로 있어줄 사람도 없을뿐더러 수정 혼자 일하게 두기에도 미덥지 못했다. 은지는 책상에서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누워 있는 도성을 향해 말했다.

"도성 씨, 어차피 태성 씨와 난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우리는 일만 생각하자고요. 같이 벌인 일 잘 꾸려나가는 것만 생각해요. 우리 행복만 보자고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요. 두 달은 어떻게든 꾸려나갈 테니까 함께 가자고요."

도성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도성이 입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 베이커리도 다 정리가 됐다. 수정은 온전히 굳모닝 베이커리에 힘을 쏟았고, 태성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힘은 들었지만 못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도성이 필요했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도성이 돌아왔다.

"와! 김 실장 젊어서 그런지 금방 퇴원했네요. 괜찮아요?"

"누나가 그리웠어요."

"뭐야. 이 실장님이라고 해야지, 여기는 회산데."

"저 아직 정상 출근 아닌데요."

"으이그, 점점 능글만 늘어가는 거 같아."

가족적 분위기를 찾아가는 것 같아 은지는 흡족했다. 아무리 회사 사람으로 대하려 해도 자꾸 태성이 보이는 것 같아 편하게 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은지는 회사를 위해 내색해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 최대한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도성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한 번씩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 자리를 피하곤 했다.


10년 동안 직원을 늘리고, 빵 배달 품목에 우유와 음료까지 넣었다. 회사는 날로 성장했다, 더불어 주문 시스템도 인터넷으로 바로 신청하고 변경하도록 만들었다. 매일 새벽에 만들어진 빵이 안영시 전체에 배달되고 있었다. 굳모닝 베이커리라고 하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말도 돌았다. 도성은 총괄 책임 이사가 되었고, 수정은 회사 경영 전반을 이끌었다. 학원 원장은 회사 연구소 소장을 겸하며 다양한 제과 제빵을 책임졌다. 주변 사람들이 베이커리를 열자고 했지만, 은지는 대기업과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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