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북토크 할 때 질문으로 나간 것이 있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 3가지는 무엇인가?"
사전 질문으로 받아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바로 앨범, 일기장, 핸드폰을 제출했다.
앨범은 내가 좋아했던 장면들의 모음이다.
나를 찍은 사진보다는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찍어둔다.
나에게는 소장 욕구가 있는 모양이다.
무엇이든 찍어두고
나중에 다시 보는 재미는 소중하다.
기억 못할 누군가를,
분실할 물건들을,
누군가와 맺어진 관계와 감정들을,
기억하고 싶다.
컴퓨터 용량의 한계로 인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나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자산이다.
얼마 전에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상당 부분을 잃은 후에는
좀 더 안전한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이제는 물건이라기 보다는
무형의 개념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카메라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카메라 자체보다는 찍은 사진이 소중하다.
남기기 위해서는 삭제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잘 지우지를 못한다.
쌓아두기만 한다.
언젠가는 진짜 남길 것들을 제외하고
지우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일기장은 젊은 날의 역사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기를 썼다.
비록 매일 쓴 일기는 아니지만
다양한 쓰기 가능한 곳에 써두었다.
책장 여기저기 꽂혀있어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게 두었다.
10년 전 어느 날
이러다 다 잃어버릴 것 같아
스캔하여 디지털로 저장했다.
가끔 차 안에서 혼자 있을 때
10년, 20년, 30년 전의 일기를 꺼내곤 한다.
단순하면서도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의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일기 쓰기를 멈추고
어느 날부터인가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짧고, 간단하며, 명사형으로 작성되는 메모들...
기억할 것들만 써 놓은 메모들...
블로그를 시작하며
다시 문장으로 만드는 연습을 시작했다.
더불어 에버노트는 나에게 중요한 도구이다.
수년째 유료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 안에 나의 역사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일기, 앨범, 메모, 사건, 정보들.
에버노트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
갤럭시 노트로 기변을 했을 정도였다.
물론 다시 원래폰으로 돌아왔지만
기록할 도구는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참 신기한 것은 이런 디지털 기록들에 대한 노력이
점차 아날로그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펜과 노트를 준비하는 나를 마주한다.
핸드폰은 이것들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도구이자, 그 자체이다.
예전 폴더폰을 쓰던 시절에는
팜으로 돌아가는 HP 제품을
따로 가지고 다닌 적이 있다.
거기에 메모를 남기고
텍스트로 만들어진 책을 넣고 다녔다.
흑백으로 작동하는 작은 도구는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까지
나에게 기록의 도구였다.
지금도 핸드폰을 이용해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오래도록 저장도 한다.
가장 좋은 점은
얼마든지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서
꺼내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 있을 때는
핸드폰으로 블로그도 작성한다.
비록 느리고 힘들지만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좋은가?
읽은 책을 남기려는 욕심이
블로그를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쓰기의 재미가 익숙해지며
500일 가까이 글을 쓰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