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은 모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입니다. 어느 분이 중간에 질문이 있다고 손을 드시더군요. 그래서 적당히 양해를 구했습니다.
"질문은 마지막에 받겠습니다. 그때 답변드리겠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이 맘에 들지 않다는 것이 그분 표정으로 느껴집니다. 은근히 걱정을 하며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분을 호명하며 말했습니다.
"중간에 궁금하셨던 거 질문해 주세요!!"
"강사님 이야기 들어보니까 그건 본인 이야기고요. 실제로 한다고 그렇게 되나요?"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고 따지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대답 잘 못했다가는 오늘 분위기 완전히 망치겠는걸....'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분에게 질문을 다시 돌렸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네? 제 생각이오?"
"예.. 선생님은 그 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아.. 저는... "
그분은 좀 당황하시면서 자신의 생각을 한참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질문하기는 쉽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덧붙였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보니 제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네요."
"아~~ 아닙니다. 선생님 말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
나는 간단하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답변을 끝냈습니다. 질문이 잘 마무리가 되어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질문을 쉽게 던집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궁금해서가 아니라 지적하기 위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이유가 상관없이 난처한 질문을 받으면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 이것을 이겨내는 방법이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하라'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보는 눈이 많은 자리에서는 나의 대답에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기 때문입니다. 대답을 잘하지 못하면 나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질문을 돌려주어 상대가 이야기를 더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분이 이런 나의 생각에 질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만약 질문을 돌려주었는데.. 다시 강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어쩌죠?"
"그럼 대답해야죠. 그분은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하라라는 것의 비밀을 아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또다시 질문을 돌려주면 모른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거든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있죠~~ "
"그 방법도 알려주세요."
"아.. 이건 비밀인데... "
나는 난처한 표정을 짓습니다. 상대는 더 궁금해하면 빨리 알려달라고 재촉합니다. 그래서 말씀해드렸습니다.
"질문하신 분 옆에 분에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가령 이렇게요. 그럼 옆에 않으신 분은 이 질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라구요... "
"듣고 보니... 학교 교수들이 자주 쓰는 방법인데요... 꼭 모르면 학생들에게 질문하더라고요."
"똑똑한 교수님이신 거죠!!"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답을 하게끔 되어있습니다.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문답법으로 젊은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듯이 질문을 잘하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답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보면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답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돈을 많이 벌지?", "누구보다 어떻게 많이 벌지?"라는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습니다. 삶이 힘들어지는 질문이죠.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지?"라고 질문하면 다른 답을 찾아 나섭니다. 질문하는 대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타인의 인생을 바꿔주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다르게 생각하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입니다. 답을 찾는 것은 본인이 해야 할 일입니다. 질문 자체가 대답이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답을 모두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