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강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강의를 들으신 분이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 하신 이야기는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저도 다 알아요~~"
나는 머쓱해져서 물었습니다.
"아~~ 들어본 적 있으세요? 제 강의가 별거 없죠?"
그분은 웃으시면서 대답하셨습니다.
"뭐.. 죄송하긴한데요. 예전에 다 들어본거네요."
저는 다시 되물었습니다.
"그럼 왜 지금 그 자리에서 와 계세요?"
그분은 무슨말인지 빨리 못알아 듣는 표정으로 서 계셨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아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니구나..'
그분은 머리로는 이해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는분이 같은 강의를 듣기 위해서 다시 오실리는 없습니다. 누군가 결과를 냈고,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렇게 행동했다면 어떤 결과라도 났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같은 자리에 계속 온다는 것은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곧 못알아들었다는 말이죠.
'안다는 것'은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머리로 알기, 가슴으로 느끼기, 장으로 소화하기, 팔다리를 움직여 행동하기입니다. 그것을 비유적으로 4단계, 머리, 가슴, 장, 팔다리로 구분합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안다는 것'은 머리부터 밑으로 내려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다리까지 내려가야 진정으로 아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왜 '안다'라고 말하면서 다리는 그대로 붙이고 있을까요? 진짜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있지 못합니다. 그는 이미 다른 세계로 떠나 있을 테니까요.
머리 단계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경험하는 것입니다. 책을 통해 알기도 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 알기도 합니다. 보통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실 '알고 있다'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정보를 보고 들었다고 알지는 못합니다. 머리는 망각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희미한 기억만 남아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와닿는 것은 느낌입니다.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머리로 이해되지 않아도 가슴으로 먼저 아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머리로 이해하고 나서 가슴으로 이해합니다. 좋은 경치나 영화, 책은 말로 표현이 안되지만 감동이나 감정이 가슴에 남습니다. 이것이 한 차원 높은 '아는 것'입니다. 훌륭한 미술, 음악, 여행을 통해서 가슴으로 경험하는 것은 가슴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여행도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여행지 가서 열심히 보고 들은 여행입니다. 두 번째는 진짜 그들의 문화에 다가가서 체험하고 배우는 여행 말입니다. 예전에는 전자의 여행 때문에 엄청 바빴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몇 번 다녀보고 나니까 이제는 후자의 여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머리로 이해만 된 사람들은 다 이해되었다고 이야기하고 가슴으로 느낀 사람들은 결단을 합니다. 다음 작품이나 다음 여행, 다음 호기심, 자신이 도전하고픈 욕망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종종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머리로만 알아서 그래요. 가슴으로 내려보면 행동이 시작됩니다."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로 만든 꿈은 머리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그 꿈을 가슴으로 내려야 결단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간절한 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꿈이 있습니다. 왜 저는 행동하지 못할까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간절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머리로 아는 사람은 의심을 합니다. 하지만 가슴으로 아는 사람은 믿습니다.
장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칩니다. 정보를 더 찾아보고 파고들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완전히 승화시키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전문가 수준으로 이해도를 높입니다. 가슴으로 완전히 매료된 사람들은 더 많이 알려고 하고 자신의 호기심과 시간, 노력, 생각, 삶을 투자합니다.
꿈이 간절하다고 해서 나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완전히 나의 것으로 소화되어야 합니다. 구체화시키고 계획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 보아야 합니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얼마나 시간을 내야 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다리로 내려오면 본격적으로 행동하는 단계입니다. 아는 것의 마지막은 '실천'입니다. 알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은 완벽하게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머리로 이해한 사람보다 가슴으로 느낀 사람이 실천하기 쉽습니다. 도저히 그자리에 가만 있을 수 없습니다. 실패하고 성공하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그들은 '결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직접 만나보고, 가서 체험하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준비된 계획들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계획된 행동'입니다.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에서 '계획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코치가 알려주는 체계적인 행동을 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슴으로 아는 사람은 그냥 좋아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장으로 아는 사람은 제대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단계들이 항상 순서대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움직이다가 더 많이 배우기도 하고, 해보면서 더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발로 뛰면서 머리로 배우고 가슴으로 느낍니다. 그러면서 더 큰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과를 내본 사람만이 진짜 아는 사람입니다.
삼국지의 제갈공명도 초야에 숨어 세상을 읽으며 때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이미 세상에선 방통과 제갈량은 유명한 전략가였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습니다. 아무런 결과가 없던 전략가를 얻기 위해 말입니다. 만약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역사에 남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갈공명은 행동하는 전략가였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를 내었기 때문에 삼국지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똑똑하며 재능이 넘치고 머리로 아는 사람은 많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준비된 계획만 세우다가 끝나는 많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결국 내가 말하는 것은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