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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Aug 29. 2022

혼자 가는 길

남자는 새벽에 잠을 깼다. 오른쪽 옆구리 뒤쪽이 저리고 배도 아픈 듯했다. 시간이 갈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져서 도저히 이대로는 아침까지 버티기 힘들  같았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소화제를 찾아   삼키고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호전되기는커녕 고통은 점점  심해져 갔다. 슬슬 식은땀마저 나기 시작했고,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119 불러야 할까? 아침이면 나아질까?  번도 응급실이란 곳을 가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지 해결책을 찾을  없었다.

참다못해 남자는 아내를 깨웠다.

" 아무래도 이상해 응급실 가야겠어. 어서 준비해 ."

여자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남자는  하는 건지 몰라 물었다.

" 하는 거야?"

여자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 갑자기 너무 놀라서 그런지 심장이 조여들어. 잠깐만 기다려봐. 진정되면 같이가자."

여자는 이내 침대에 엎드려 버렸다. 아내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통증 때문에 신경  틈이 없었다.

남자는   없이 옆구리를 잡고 아이들을 깨웠다.

"아빠가 이상하다. 얘들아 할아버지께 전화드려서 아빠 병원  데려다 달라고 해줘."

큰아이가 할아버지께 전화를 돌리는  보며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옷을 입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아이들 방을 두드려보니 아이들이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가 아빠 코로나에 걸린  같데요. 절대 방에서 나가지 말래요."​


남자는 할 수 없이 새벽에 소란스럽게 119를 불렀다. 10분 후에 도착한 앰뷸런스를 혼자 올라타며 인생은 혼자 가는 길이라 생각했다. 응급실에 도착할 때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아 들어갈 수 없다고 하며 대기하라고 했다. 죽을 듯한 통증이 밀려오는데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니, 대가실 의자에 바로 앉지도 못하고 엎드려 무릎을 꿇고 등받이를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도저히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다른 환자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로 보는 것만 같았다. 보호자 없이 차가운 새벽 대기실에 있으니 은근히 아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내가 차를 끌고 도착했다. 오히려 남자가 아내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아내는 너무 놀랐다며 심장이 뛰고 가슴이 저려와서 꼼짝도 못 했다며 이제는 괜찮다고 했다. 응급실 간호사가 사진을 찍어야 하다며 남자를 불렀다. 걷기도 힘든 걸음을 내디디며 겨우 사진을 찍었다. 병명은 요로결석. 산고의 고통과 맞먹는다는 그 증상이 아닌가? 아픈 시간은 만리장성 같았는데 치료는 별거 없었다. 약 먹고 주사 맞고 그게 끝이었다. 작아서 약물로도 충분하다며 처방받고 나왔다. 통증은 감쪽같이 사라졌지만 그날의 악몽 같은 새벽은 뇌리에 깊숙이 남았다.

남자는 일찍 퇴근하고 용산으로 나갔다. 카메라 매장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DSLR를 구입했다. 24mm 광각에 조리개 값도 1.4를 가진 렌즈도 추가 구입했다. 삼각대로 구입하고 장비가 들어갈 큰 백도 장만했다. 어두운 풍경도 이 정도면 찍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났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얼추 일 년 동안 술을 줄이면 카드값 정도는 충분했다. 주말을 기다리며 구매한 카메라 사용법을 읽고, 유튜브 영상도 수없이 보고 익혔다. 주말에 차를 몰고 나가며 이제는 누구의 인생도 아닌 내 인생을 살아내자고 다짐하니 운전하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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