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생각지도 출판사 대표님의 강의가 있었다. 꿈의 도서관 주최로 만들어진 작가 모임에 오셔서 출판과 대표님의 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전에도 대표님의 생각을 들어본 적이 있었고, 출판 마케팅하는 친구와도 통화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어 한다. 글을 쓰고, 콘셉트를 잡고, 아이디어를 낸다. 자신만의 원고를 만드느라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비 출판이 아닌 이상 투고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편집자가 원하는 원고와 내가 하고자 하는 원고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글쓰기와 책 쓰기는 다르다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출판사는 오래 팔리는 책을 내고 싶어 한다. 저자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다르다면 저자는 남들이 꾸준히 인정하는 책을 원하고, 출판사는 잘 팔리는 것을 원한다. 좋은 책, 읽고 싶은 책이라고 꼭 잘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모순이다. 지금은 어디서든 책을 빌리고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좋은 책은 빌려 읽으면 그만이다. 팔린다는 것은 개인이 소장하고 두고두고 보고 싶다는 말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대표님도 '역지사지'라는 표현을 썼다. 편집자 입장, 출판사 입장에서 어떤 원고를 필요로 하는지 알고 대처하면 훨씬 도움이 된다. 저자 입장에서 글을 쓰고, 투고를 했다면 이제는 입장을 바꿔서 바라보자. 그래서 입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좋은 기회이다.
출판사가 원하는 원고는 저자의 영향력이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무명의 초보 작가는 도박에 가깝다는 말이다. 초보 작가일수록 글에 특별한 아이디어가 들어가야 한다. 기성작가들도 쓸만한 수준의 원고를 가지고 도박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특히 에세이는 자신의 이야기 중에서도 특별한 순간들을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육아, 교육, 성장 등은 비슷한 교육체계에서 받은 그대로, 담아내는 내용도 판박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전에 자기 아이가 천재성이 보인다는 친구가 있었다. 술자리에서 아는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흥분해서 전했다. 선배가 하는 말을 들으며 세상은 다르지만 비슷한 것도 참 많구나 느꼈다.
"우리 아이 둘 다 그랬다. 나도 그때 그게 천재성인 줄 알았다."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대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람 생각 다 비슷하다는 말이다. 다른 점을 찾아 만들어내는 저자의 능력이 필요하다. 다른 시각, 다른 접근, 다른 방향이 필요하다. 최근 배우는 소설 쓰기에서도 이점은 마찬가지이다.
저자만의 키워드, 핵심, 주제,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자신만의 브랜딩이다. 브랜딩은 자꾸 내세워서 사람들의 인식에 각인되어야 한다. 나는 책을 내며 <가만이>를 강조했고, 계속 누군가를 만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어느 날 지방 도시를 간다는 말을 전했더니 거기에 사시는 분께서 댓글을 다셨다. "제게도 전화하실 건가요?" 그럴 맘이 별로 없었다가 만나 봬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먼저 전화하면 큰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상대가 먼저 내가 <가만이>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나만의 키워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700일 넘게 글을 쓰고 있다. 그게 어쩌면 나의 강력한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1000일에 도달하면 나를 내세우는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브랜딩이란 꾸준함이 포함되어야 한다. 하나의 키워드를 정하고 꾸준히 보여주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렇게 해도 남에게 나를 인식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블로그 이웃분들의 글을 보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이미 그들의 글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해 했다는 점이다. 잘 읽혔고, 내용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들의 글이 세상에서 제 역할을 다하게 하려면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낀다. 글쓰기에서 책쓰기로 바꿨다면 그에 맞는 능력도 같이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독자가, 출판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맞추어 가는 자세쯤은 갖추어야 한다. 그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