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사회를 맡았는데 책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명색이 사회자인데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사회를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인터넷 구매를 하려고 들어가 보니 목요일 저녁이나 되어야 도착할 듯싶었다. 지난번처럼 하루 만에 읽기에는 내 스케줄이 허락지를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니 저녁까지 만나야 할 사람들이 늘었다. 온라인으로 해결해도 되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으니 늦은 시간까지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자는 시간이 코로나 이전처럼 늦은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책 읽는 시간도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늦게 자게 되면 일어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늦어진다. 아침에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하다.
마침 저녁 약속도 취소되어서 딸을 꼬셔 서점에 나가자고 했다. 서점 마칠 시간이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다. 번화가까지 걸어가면 10분, 책 구매하고 딸과 팬시점에 들르면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오늘, 내일 읽고 머릿속에 정리하면 딱 맞겠다는 계산을 했다. 서점에 들르자 이미 45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일단, 여유 있게 베스트셀러 존에 가서 어떤 책들이 10위까지 하는지 살폈다. 신간들도 죽 훑어보고 자기계발 쪽으로 가서 <가만히> 책에게 안부를 물었다. 딸이 옆에서 물었다.
"아빠는 자기 책이라서 그런지 바로 찾으시네요."
"야. 계속 여기에 있는데 못 찾는 게 바보지."
이제 35분 남았다.
슬슬 검색 컴퓨터에서 제목을 입력했다. 2권이 문학 소설쪽에 있다고 확인하고 자리를 옮겼다. 신간이니까 매대에서 쉽게 찾을 줄 알았다. 이미지를 쭉 살펴보아도 비슷한 게 보이지 않았다. 에세이 쪽을 더 집중적으로 살폈지만 허사였다. 안되겠다 싶어 제목으로 책장을 훑어 내려갔다. 이번에도 허사였다. 그렇다면 출판사끼리 모여 있으니 여기다 싶었다. 하지만 출판사 모음에도 책은 없었다. 다시 검색대로 뛰어갔다. 다시 검색을 해보았지만 분명 2권이 에세이에 있어야 했다. 다시 와서 찾았지만 절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시간이 20분도 남지 않았다. 이때만해도 이웃들의 책이 보이면 사진 찍는 여유가 있었다.
계산대 직원에게 책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직원도 검색을 하더니 다른 직원을 불러 책을 찾기 시작했다. 윗사람으로 보이는 직원이 자신은 에세이 찾아볼 테니 부하직원에게는 글쓰기 쪽을 찾아보라 했다. 두 사람은 열심히 찾으며 소통했지만 어디에도 책이 보이지 않았다. 4명이 그렇게 열심히 찾아도 책은 보이지 않으니 이를 어쩌나 싶었다. 결국 책을 찾고야 말았지만 이건 우리가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새로 들어온 책을 아직 진열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10분도 남지 않았는데 딸이 자기 독서토론 책도 사야 한다며 제목을 보여주었다. 초록색 표지의 책이라... 이 책도 문학 소설 쪽에 청소년 문학에 있어야 했다. 문제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책장이 보이지 않는다. 책장을 가로질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표지를 보았지만 청소년이란 글자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계산대 직원에게 찾아가 문의를 하자 이번에는 남자 직원이 반대편 끝으로 이동했다. 아니 청소년 문학은 왜 반대편 끝에 위치한 것인가? 이걸 어떻게 찾으란 말인가? 남자 직원이 찾는 것 같지만 쉽사리 계산대로 돌아오지 않아 우리도 그쪽으로 이동했다. 남자 직원도 당황해하며 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도 채 남지 않았다.
남자 직원은 다른 곳으로 뛰어가더니 결국 초록색 표지의 책을 가져와 딸의 손에 안겨주었다.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책 구매는 40분 동안 서점을 헤매게 만들었다. 인생이란 왜 이리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까? '이제 책 구매는 온라인으로 해야지 힘들어서 못 오겠다.' 이런 마음이 간절히 드는 순간이었다. 딸에게 약속한 팬시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딸 분명 투덜거릴 텐데... 서점 측에 불만을 확! 이야기해 주고 싶었지만, 사과 한마디 없는 무표정한 직원의 표정을 보며 포기했다.
다행히도 아트박스가 물을 열고 있었다. 마무리하는지 손님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서둘러 물건을 고르고 나오면서 딸이 말했다.
"아빠, 담부터는 혼자 오시길 바래요."
달리 답변할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딸, 이건 서점이 문제야. 아빠 문제가 아니라고."
따라오지 않은 아들이 오늘의 승리자이다. 아빠 따라온 딸에게 원하는 것을 사주어, 아들 배 아프게 만들려는 나의 계획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