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BTI?

2025년의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인간분류법

by 이야기공간 낄낄


인간은 복잡하다.

인간은 변한다.

1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벽하게 다른 존재이다. 얼핏 같은 존재라고 느낄지라도 엄연히 다르다. 연속된 낱장의 애니메이션처럼 생성의 연속성은 유지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따져봐야 소용없다.

이 우주가 그렇게 생겨먹었다.


믿기 어렵다면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멈춰보라.

호흡과 혈액의 순환을 멈추고, 신경전달물질을 멈춰보자.


멈추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죽음이 밀어닥친다 하더라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죽는 그 순간 포타슘과 나트륨의 균형이 무너지고 세포는 붕괴된다. 그리고 부패가 진행된다.


그 어느 순간이라도 절대 멈출 수 없다는 말이다.


오늘 하루가 지나고 내일의 태양이 떠야 '새로움'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새로움'의 상태는 언제나 계속된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역시 우주가 생겨먹은 것처럼 '복잡계'의 속성을 가진다.


그 결과, 인간은 '변화'라는 신비를 간직한 존재로, 또 '변화'를 자각하는 '존재'로 자부심을 가진다.


그런데 이런 자부심을 깨뜨리는 놀이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오늘날을 ‘오염’시키고 있다.


바로 MBTI 놀이.

대한민국에서만 성행하고 있으니 KMBTI라고 이름을 붙여도 무방하리라.


너 P야? J야? T야?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이 간단한 알파벳의 조합이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열쇠라도 되는 듯,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타인을 규정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한정 짓는다.


사람을 MBTI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판단하는 것은 착각이고, 게으름이다.


MBTI가 가진 가장 큰 오류를 짚어보자.

'I(내향형)인가, E(외향형)인가?', 'T(사고형)인가, F(감정형)인가?'와 같은 이분법적 질문들은 사람의 성향을 하나의 범주에 가둔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은 경험, 환경, 선택에 따라 우리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BTI 놀이는 인간을 특정한 틀에 가두고,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암시를 강화한다. 이는 무례함을 넘어선 오만이라고도 할 수 있다.


MBTI가 한국사회에 이토록 널리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단순함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사람은 여러 일들로 바쁘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고, 단순화해야 할 것들이 많을 테니.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타인을 쉽게 이해하고 싶어 하고, 복잡한 심리적 탐색 대신 손쉬운 해답을 원한다.

그러나 MBTI의 문제는 그 '손쉬움'이 지나친 단순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알파벳 몇 글자로 단순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말인가?


인간이 그토록 하찮은 존재란 말인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간이 점점 기계처럼 사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AI가 인간을 분석하는 시대에 정작 인간은 스스로를 더 단순한 코드로 축소시키고 있다.


기계는 최소한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을 분석하지만, 인간은 서로를 틀 속에 가두고 판단하며, 관계를 정의하려 한다. 인간 존재로 더 깊고 입체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 스스로가 기계적 사고방식에 갇혀 버리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깊이를 몇 가지 성격 유형으로 가늠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착각이며,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대신, MBTI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물며 A.I와 대화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기계는 최소한의 예의를 차릴 것이다. 당신을 알기 위해 여러 대화 속에서 맥락을 수정할 것이고, 당신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A.I는 최소한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태양이 구름 속에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할 때는 혼자 있기를 좋아해요.

하지만 비구름이 몰려오고 서늘한 바람이 뒷방향에서 불어올 때에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곤 하죠.

오늘은 비가 예보되어 있는데, 친구들을 만날 계획이 있나요?"


누군가 당신을 MBTI로 단순화하고자 한다면, 그 질문 속에 담긴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 보길 권한다.


상대가 정말 당신을 이해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쉽게 분류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또한 스스로 MBTI를 드러내어 자신을 방어하고 싶은 것인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영모자를 꼭 써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