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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Jul 08. 2021

딱 그만큼만 떨어져 줄래?

거리 사이에서 고통받는 보통사람들을 위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 업무적인 사람과의 거리는 이만큼, 친구와의 거리는 저만큼, 가장 가까운 건 연인의 거리일 것이다. 거리가 얼마큼 떨어져 있는지 보다 중요한 건 서로가 그만큼의 거리를 지키지 않으면 매우 불편하게 느끼게 될 것이란 거다. 그 거리가 통계적으로 몇 센티인지 몇 미터인지 나와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결국에는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가면서 부딪쳐가면서 배우지 않으면 머리로 아무리 잘 이해해도 몸으로 익혀야만 할 테니까.


 한 때는 무조건 가까운 것이 서로 간의 행복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다. 나의 후배들에게 포옹이나 하이파이브 같은 것을 좋은 의미로 자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가 낸 결론은 나는 사람과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은 영 불편하다는 거다.


 물론 한가지 예외가 있다면 아내와의 거리다. 단연코 0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관계를 제외한다면 사실 나머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쩐지 애매하다.  다가가기도 멀어지기도 싫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란 그렇지 않다. 적당히 그 언저리에 머물기만 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불편한 오해를 낳는다. 만약에 허락해 준다면 더 가까이 가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락받은 이상은 가지 않겠다. 친구 사이에는 볼 거 못 볼 거 다 보고, 모르는 게 없어야 하며, 칭찬할 상황에 욕을 하는 게 진짜 친구라지만 나는 그런 것도 불편하다. 친구는 다른 사람보다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거리는 지켜야 한다. 그래야 속이 편하다.

이렇게나 관계가 중요시 되는 세상이건만.. [출처: Pixabay-Gordon Johnson]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이 나에 대해서 전부 다 알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사회의 필요성이란 아직도 생존에 머물러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남이 가져다주는 택배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이 인류의 모습이 사회의 필요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이루는 놀라운 물건들과 지식들은  사실 거의 대부분 돈으로 구매를 할 수 있다. 어느덧 돈이 이미 사회성보다 더 중요시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러므로 남과의 관계가 불편한 사람은 무언가 결여된 사람으로만 매도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신 사회 트렌드에 발맞추어 너무 앞서 나간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맨 앞은 몰매를 맞는 법이요. 아무리 돈을 잘 벌고 있어도 남과 만나는 일이 없는 사람은 엄마에게도 미움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그걸 티 안 내려고 노력하는 것도 박수받을 일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어느 쪽이나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니..


 어떤 사람을 만나도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나 자신을 친구로 만나도 불편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저 중에서 어느 정도에 있는 사람인지를 아는거다.  그래야만 내가 사람을 가까이 하거나 멀리하는 것 중에 내 행복에 가장 가까운 선택을 할 수 있을거다. 손자병법의 그 유명한 구절인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위태롭지 않다) 뒤에는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라는 말이 쓰여있다. 상대는 몰라도 나를 알고 있으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는 거다. 나만이라도 똑바로 알고 있으면 비길 수는 있다. 생판 모르고 지내던 사람과 매일 감정싸움으로 진땀을 흘려야 하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나는 남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읊조려본다. "제발... 나에게서... 좀 ...떨어져...."

현실은 언제나 다른 법!! [출처: Pixabay-Stephanie Ghesqu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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