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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Jul 06. 2021

다가올 귀한 손님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아기에게

 부모님과 자식이라는 관계를 객관적으로 어떻게 표현을 하면 좋을까?

어쩌면 이 관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할 수도 있고,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관계가 아닐까?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준다고 하는 특별한 관계이면서 이 관계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비이성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지 의문을 갖기도 할 테다.


 육아에 있어 많이 듣던 말 중에 '아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나와는 독립된 인격체로 대해야만 올바른 교육이 가능하다는 말일 테다. '나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 깊다. 내가 먹이고, 입히고, 재워도 나와는 별개의 존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사실 감이 잘 안 온다. 키워봐야 알 수 있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아내의 뱃속에는 생명이 자라고 있다. 이제 출산까지 절반 남은 상황에 힘찬 발길질로 엄마의 배를 두드린다. 아내가 임신을 하며 초기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아내가 왜 아이의 발길질을 느끼는 것을 감사하고 기뻐하는지 알고 있다. 아기가 생기면서 솔직히 우리 가족은 많은 고생을 했다. 심지어 기르던 강아지마저도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아내는 몸의 변화로 인한 심한 입덧을, 나는 아내를 위한 충실한 어릿광대 겸 짐꾼으로서 그리고 우리 집 강아지는 산책시간의 감소를 겪었다. 정말로 고생뿐인 시간이었지만 병원을 갈 때마다 달라져 있는 아이의 모습은 그냥 무언가를 받은 것이 아닌데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출처: Pixabay  - Free-Photos님의 이미지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누구를 더 많이 닮았을지 이름은 무엇으로 지을지 매일매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아이의 미래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사실이 조금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의 외모를 물려주는 것과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부모가 명확하게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지만 그 외에 것들은 '부모의 의무'로서 행동해 줘야만 하는 일들만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어쩌면 '부모의 의무'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 것 일지도 모른다. 아내는 벌써 집 정리를 마치고 아기를 위한 각종 유아용품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구도를 잡았다. 그리고 중고마켓에 올라오는 아이 용품은 누구보다도 먼저 줄을 서고 있다. 나는 태교책을 사서 밤중에 아이에게 읽어주기로 했다. 최근에는 아이 백과사전이라는 책을 아내와 함께 읽었다. 두껍고 글도 많은 큰 책이었지만 아이의 성장과정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니 둘이 관심 있게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 노릇을 하겠다고 용을 쓰는 우리 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부모의 의무'란 아이가 부모에게 부리는 마법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벌써 '부모의 의무'를 걱정하는 것이 사실 아이가 주는 행복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어쩌면 아이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행복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걱정이 드는 건 아무래도 지금 우리 부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거나 내가 아직 어른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오는 두려움 중에 하나일 것이고,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다. 곧 태어날 아이는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세상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이루는 가정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맞을 것이다. 미지의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두려움을 수반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아이와 나의 차이는 고작 두려움 앞에서 우는가 안 우는가의 차이뿐이 아니겠는가. (물론 울지 않는 쪽이 나다)

출처: Pixabay-Tumisu님의 이미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많은 걱정을 하고 있고 벌써부터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지만 초짜 부모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일단 마음의 준비부터 단단히 한 다음에 아이가 세상 밖으로 튼튼하게 나올 수 있게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튼튼하게 나왔을 때 소란스럽게 반겨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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