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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Sep 19. 2021

가장 강력한 힘: "이어하기"

끝이 없다는 것 만큼 강한 것은 없다

 요즘 게임들은 예전 게임에 비하면 눈부실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같은 게임기들이 발전하면서 게임기만 하나 구매하면 누구라도 훌륭한 그래픽의 게임을 집 안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런 게임의 발전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단연코 자동 Save와 Load 기능이라고 말한다. 예전 게임들에 비해서 요즘 게임들은 대체로 친절하다. 주인공이 실수로 죽으면 마지막 저장한 곳에서 다시 살려주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도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냥 웃으며 재미있게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에 끝에 도착해 있는 식이다.


 예전 오락실게임은 그렇지 못했다. 아마도 수익이 지금처럼 패키지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보니 적당한 난이도를 유지하며 게이머가 게임을 하다가 끝나도록 함으로써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오락기로 게임을 하다보면 반드시 보게 되는 단어가 있었다.


"Continue?"


  오락기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단어를 모를 수 없다. 내가 선택한 캐릭터가 나의 잘못으로 인해 죽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시간 내에 돈만 넣으면 이어하기라는 특별한 기능에 의해 내 캐릭터는 다시 멀쩡하게 살아날 수 있고 어떤 보스라도 결국 시간과 돈 앞에서라면 나에게 무릎을 꿇곤 했다.

게임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저 글자가 보이면 슬퍼졌다[출처: Pixabay-Gino Crescoli]

  


 인생을 옛날 오락실 게임과 지금의 게임에 비교하자면 조금 더 옛날 게임에 가까울 것 같다. 내가 했던 선택은 무르지 못하고 그저 계속 이어서 할지 아니면 다 포기하고 새로 시작할지만 결정할 수 있는 모습이 특히나 비슷하다. 이어하기를 선택했다면 오롯히 그 선택에 대해서만 집중해야 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하는게 맞는걸까?' '새로 게임을 시작했으면 어쩌면 돈을 덜 쓰고도 끝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은 회의감이 들어도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오락실 게임은 언제나 게임을 이어하는 자에게 더 자비로운 편이었으니까.


  선택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남아있을 것이다. '왜 그때는 그러지 못했을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요즘 웹소설에서 유행하는 "회귀물"이라는 장르도 그러한 아쉬움을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방법일 것이다. 대체로 내용은 주인공이 미래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와 예전보다 더욱 좋은 선택을 하고 놀랍도록 성공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다르다. 내가 이미 내린 선택을 계속 할지 말지만 결정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장르의 한계상 되돌아가 새로운 선택 내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더욱 미련이 커진다.


 그렇지만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 보다 이미 내가 선택한 것 즉, 계속해서 마음먹은 것을 이어한다면 내가 목표로 한 일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다른 선택은 결국 처음부터 겪어야 할 모든 시행착오들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로 첫번째 스테이지부터 시작하는 것과 지금 했던 캐릭터로 내가 올라온 곳에서부터 하는 것 중에 어느게 더 편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무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락기에서 게임하기가 동전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에게도 "열정"이라는 이름의 동전이 필요하다. 결국 내가 끝을 보기까지는 단지 동전이 몇 개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당신의 동전은 몇개인가? 무한대? [출처: Pixabay-Frauke Feind]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1941년 영국 해로우 고등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절대, 절대, 절대, 절대로! 엄청난 일이건 작은 일이건, 크건 하찮건 상관 말고, 명예로움과 분별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는 경우들이 아니라면, 절대 포기하지 마시오."("Never give in, never give in, never, never, never, never-in nothing, great or small, large or petty - never give in except to convictions of honour and good sense")라는 말을 남겼다. 윈스턴 처칠의 이러한 말과 태도는 결국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독일로부터 싸워 이기게 했다.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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