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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Dec 26. 2021

사내 앱이 휴대폰을 죽인다!

그리고 개인정보도 죽이겠지..

1.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드디어 우리 회사에도 사내 앱이 등장할 모양이다. 기능은 회사 안에서 카메라 기능을 제한하는 기능이라고 하는데 글쎄다. 회사가 나날이 성장해서 이런 것도 도입할 역량이 된 모양이니 뿌듯해야 하는 건지 말야아 하는 건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당연히 이 기획안을 내신 분이야 좋은 부분만 보고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단점이 장점만큼 많다면 한번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내 앱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나도 이번에 글을 준비하면서 사내 앱이 각 회사에서 굉장히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뉴스에 날 정도로 대형 기업들이 사용하는 앱들을 보니 회사 내 사원끼리 통화나 메시지 전송 기능, 게시판 기능, 보안 기능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이슈가 되었던 보안 앱들에 대한 문제를 보니 개인 휴대전화에서 인터넷 열람기록, 통화기록, 메시지 전송기록, 위치정보를 회사가 원하면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사내 앱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단순 전파용이 아니라 개인 정보와 관련된 부분이라면 특히나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번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무이한 전 사원 의무설치 앱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2. 사내 앱이 그토록 미심은 이유

 사내 앱이 특히나 어떠한 기능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사용하기가 꺼림칙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도 중요한 것 세가지만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사내 앱은 결국 나의 정보가 회사로 넘어가는 통로가 된다. 이는 내가 집에 있건 회사에 있건 마찬가지다. 앱을 설치하는 순간 우리의 자발적 동의 아닌 동의 하에 넘어가는 정보들은 때와 장소가 없다. 어떤 시간이라고 앱이 켜지고 꺼지는 게 아니라 24시간 켜져 있으면서 우리가 어떤 장소에 있을 때 우리를 차단하니 사실은 우리의 위치를 24시간 파악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내 앱이 보안 목적의 앱이라면 개인에게 요구하는 권한은 거의 최고 수준의 권한일 것이다. 보안 앱은 필연적으로 개인의 휴대폰에 지속적으로 존재해야만 그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지울 수 없도록 하거나 혹은 지웠다면 흔적이 남도록, 지우더라도 다시 설치하도록 강요하게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그것이 현실 세상이든 디지털 세상이든) 설치하는 순간 24시간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는 것이다.

저.. 언제까지 보시려고요.. [출처: Pixabay - DesignDrawArtes]

 두 번째로 사내 앱의 유지보수 수준은 딱 회사 내부 수준이다. 사내 앱 개발은 회사의 자체 역량을 활용해 개발을 했던지 아니면 어딘가 외주제작을 해서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자체 역량으로 만드는 것들은 항상 서비스가 부실하다. 왜냐하면 앱을 위해 개발하는 데까지만 회사의 역량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처리해 줘야 하는 기능들은 통상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에 추가적인 업무 중의 하나로 돌아가버리는 식이다. 당연히 이렇게 급작스러운 일 폭탄을 맞은 부서는 이것이 달울리도 없다. 당연히 냉랭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문제가 생겼는데 누구한테 전화를 해야 하죠가 시작된다.


 외주제작은 조금 상황이 나을 수 있다. 돈으로 묶인 사이이므로 당연히 돈 받은 만큼 돈 받은 기간 동안 유지보수를 해준다. 그러나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회사가 바뀌게 되었을 경우, 혹은 유지보수 기간이 끝나서 회사 자체의 일이 되었을 경우에는 결국 자체 개발한 것과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 개발회사에서는 거래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한 자기의 역량이 들어간 소스코드를 다른 회사에 공개할 이유가 없다. 소스코드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게 없다면 유지보수란 사실 반쪽짜리의 유지보수가 되고 마는 것이다.

사장님.. 이런 여건 속에서 유지보수 못하겠어요... 흑흑흑... [출처: Pixabay - kalhh]

 세 번째로 중립기관의 부재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 회사의 앱이 정상적으로 동작을 하고 있는지 불필요하게 쓸데없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이 앱으로 어디까지 확인이 되는지 궁금하다. 사실 궁금한 걸 넘어서 필요하다면 고쳐달라고 요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한 정보들이 악성민원이나 혹은 법률적인 문제에 저촉되지 않는지 검토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회사와 나 이 둘뿐이다. 바깥처럼 회사와 개인의 어떤 이익과 상관없이 이렇게 조정해 달라고 하는 기관이 없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개인이 뛰어난 능력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재원을 투입하지 않는 한은 그저 회사의 말을 믿어야 한다. 회사에서 앱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신뢰를 쌓기는 이미 물 건너 간 상황이라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보안 앱이라면 모든 기능을 알려줄 리도 없다!(보안 앱이 뭘 하는지는... 그게 보안이야~)


3. 우리가 행사할 거부권이 없는 이유

 이토록 미심쩍고 불쾌하며, 쓰기 싫은 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선뜻 사용을 거부하지 못한다. 일단 우리는 사내 규정이라는 것을 잘 따르도록 교육받았다. 설마 앱 사용이 사내 규정에 없는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사내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본능적을 찝찝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에이,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별 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무조건 적으로 동의를 하고 만다. 그리고 대부분 회사를 어느 정도 다닌 사람들에게는 지킬 것이 너무 많다. 월급으로 가족도 지켜야 하고, 내 용돈도 지켜야 하며, 아직 다 갚지 못한 자동차 할부와 집값이 아른아른거린다. 이런 여건 속에서 부동의란 결국 나를 사지로 모는 행동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곧 퇴직할 젊은 사람들뿐이다. 그리고 회사도 그 사람들 말을 굳이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건 안다.


 두 번째로 회사란 회사에 소속될 때 익명 속에 숨을 수 있지만, 의견을 제시할 때는 실명제로 변하는 놀라운 속성이 있다. 이 행동은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타당한 행동이라고 하는 말속에는 분명 그 행동을 하기 위한 계획을 보고서로 작성한 사람도 있고 승인한 사람도 있으며, 이를 전파한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이 모두는 회사가 한 일이 된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회사 내의 방향과 다른 의견을 낼 때는 보통 나 혼자 낸 의견이 된다. 익명이 좋은 점은 내 의견을 지지하고 증명해 줄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누가 말해도 익명이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혼자 의견을 낼 때는 지지하고 증명해줄 사람을 그 순간부터 찾기 시작해야 한다. 어쩌면 나 혼자만 있을 수도 있다. 무시당하거나 조롱받기 쉬운 상황 속에서 개인의 의견을 검토해 줄리가 없다.

익명성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거대한 힘이다 [출처: Pixabay - geralt]

4. 사내 앱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이 올 때까지

 사내 앱 논란의 핵심은 휴대폰에 있는 개인정보가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안전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희생하곤 한다. 우리의 휴대폰 안에 있는 백신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부분일 것이다. 백신 프로그램은 우리 휴대폰 내부의 자료를 검색하며, 일부 프로그램은 동작을 못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삭제를 시켜버리기도 하며, 백신 회사로 우리 휴대폰 안의 정보를 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것은 그러한 권리를 양도함으로 오히려 우리의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받기 위해서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내 앱(사내 보안 앱)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며, 각자의 개인정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 개인의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해 줄 것이며, 이러한 침해가 있을 시 얼마만큼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인지가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용을 하는 것은 개인에게 매우 불쾌한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영어에 Priceless라는 단어가 있다. 내가 영어를 처음 배웠을 때 뜻을 헷갈렸던 단어로 언뜻 보면 "무가치한"이라는 뜻 같지만 사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록 귀중하다"는 뜻이다. 우리의 개인정보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하루 수십억 장은 생성되었다가 지워질 사진이라도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찍은 내 사진은 언뜻 보면 무가치해 보여도 사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정보다. 남의 개인정보를 소중히 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개인정보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반드시 깨닫고 그 중대한 책무를 진 상태에서 앱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내 앱이 기피대상 1호가 아니라 설치대상 1호가 되길 바라본다.

후훗 이 돌침대... 가 아니라 사내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별점 5점이랍니다. [출처:Pixabay - mohamed_has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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