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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May 17. 2022

새 차가 폐차될 뻔한 이야기

난생처음 비상급유 사용해 본 이야기

1. 사건의 발단

 아기가 생기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바로 자동차였다. 그때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였으나 지금의 우리 차로는 아기를 태우기에 부적당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비록 그 차가 경차 중에서도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레이였긴 하지만 얼핏 듣기로 아기가 생기면 챙겨야 할 짐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였으니 미리 더 넓은 차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우리가 살 차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고민 끝에 아내와 함께 찾아간 기아 대리점에 새로 들어온 스포티지를 본 순간 우리 가족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스포티지! 너로 정했다!
네 이거 아니고 자동차[출처-픽사베이]

 순식간에 선택한 것 치고는 기다림은 길었다. 거진 반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나는 오지 않는 차를 기다리며 매번 유모차를 그 좁은 레이에 싣기 위에 거진 서너 달 동안 낑낑거다. 물론 레이가 경차 치고는 넒 었지만 그래도 유모차를 넣기 위해서는 무조건 바구니와 바퀴 부분을 분리해서 하나는 조수석 하나는 트렁크에 실었던 것이다. 런 가운데서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길고 드디어 스포티지가 내 손에 들어왔다.


2. 그만 눈이 돌아갔지 뭐야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손에 넣은 스포티지는 반년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새 차를 조금 늦게 사긴 했지만 전화위복이라고 운 좋게도 올해부터 바뀐다던 새로운 모양의 기아 로고가 달려있었고 예쁜 선팅도 이미 된 상태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어두운 회색을 선택하다 보니 지나가는 스포티지를 볼 때마다 우리 스포티지 차 색깔은 흰색이 아닌데 과연 내 눈에 찰까 하는 걱정도 했었지만 막상 받고 보니 차량 색깔은 내차 색깔이 제일 낫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차를 우리 집까지 조심스럽게 가져와주신 점장님께서 간단히 새로운 차에 대한 안내를 해주셨다. 새 차라서 그런지 역시 지금까지 못 보던 기능들이 너무 많았다. 차량의 아름다움에 이미 설명은 잘 들리지 않는 상태. 모든 설명과 함께 내 손에 드디어 차키가 떨어졌다. 점장님은 차키를 주시면서 차를 가지고 오느라 기름이 떨어졌기 때문에 바로 주유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차량 안에 기름이 많지 않았기에 나는 차를 몰고 주유소로 향했다. 그리고 사건이 시작되었다.


3. 죽음의 카운트 다운

 우리 집은 특이하게도 주변 주유소보다 고속도로 주유소가 압도적으로 기름값이 싸다. 그렇기 때문에 기름을 많이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보통 고속도로로 진입해서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은 다음 바로 되돌아오곤 했다. 그렇다. 나는 그날도 당연히 휴게소 주유소를 가기 위해 차를 몰고 갔었다. 다만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다면, 최신 기술의 향연에 너무나 심취한 나머지 휴대폰 내비가 아니라 차량 내비를 켜고 갔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면 꼭 실수를 하곤 했다. 평소에 늘 같은 곳에 두던 물건을 딱 한번 다른 곳에 두었더니 잃어버리는 식이다. 이번에도 그런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 그건 휴게소 말고 다른 고속도로를 타는 길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늘 다니는 길이었건만, 내비도 켰건만 그 실수는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말았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엄청난 실수를 깨닫고 나서 나는 차량에 남은 기름을 보았다. 주유소까지 거진 40~50km를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남은 기름도 40~50km 갈 수 있다고 표시되던 상황. 처음 나는 이 상황을 정속 주행으로 해결해보려 했다. 그러나 점점 주행 가능 거리가 1km씩 줄어들면서 나는 심각한 문제를 깨았다. 그건 아무리 속도를 낮게 운행을 해도 도착까지 남은 거리가 갈 수 있는 거리보다 2km가 많았던 것이다. 선택지는 없었다. 일주일 전에 들었던 내 보험뿐.. 나는 보험사에 전화를 했다. 남은 기름이 6km 갈 수 있는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기름은 없는데 땀은 많았다[출처-픽사베이]

4. 비상급유? 어렵지 않아요!

 그렇게 차를 졸음쉼터에 대놓고 비참한 기분으로 보험사에 전화를 했다. 비상급유가 있다는 걸 긴 시간 동안 운전경력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내가 이런 어이없는 실수로 사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보험사를 통해 출동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어떤 아주머니셨다. 내가 고속도로의 어느 졸음 쉼터라고 하니 조금 난감해하시더니 업체도 고속도로를 나처럼 반대방향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서 와야 한다고 했다. 비상급유는 내 기름이 부족하다는 것을 눈대중으로 확인한 순간에 신청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참을 기다렸더니 웬 견인차 한대가 왔다 뒤 트렁크에는 작은 기름통 하나실려있었다. 차에서 아주머니가 내리시더니 기름통에 들어있는 기름을 차에 넣어주셨다. 5분도 안 걸리는 이 것을 위해 거진 한 시간을 기다린 상황이었지만 드디어 살았다 하는 안도감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시 휴게소로 돌아가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 돌아올 아내의 잔소리를 걱정하며, 내 통장이 빌지언정 차량에 기름은 비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차에서 살짝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5. 눈물의 요약정리

  1) 기름이 모자라면 비상급유를 신청하자

  2) 비상급유는 돈 대신 당신의 민망함을 받는다

  3) 차를 세운다면 지명이 있는 곳에 정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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