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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Apr 24. 2022

우리 어른이가 달라졌어요

아이가 바꾼 삶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아기가 생겼다는 것보다도 내가 아빠가 된 이 상황이. 나와 아내는 이제 이름이 아니라 00 아빠, 00 엄마라고 부른다. 표면적으로는 우리 집에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을 뿐이다. 그거뿐인데 내 주변이 너무나 많이 바뀐다. 기는 정말 엄청난 능력을 가졌다.


 아기가 오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떠올려보며 적어보기로 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이 변화된 생활에 적응서 기억이 안 날지도 모르니.


  아기가 태어났다. 나는 아빠가 되었고 아기를 볼 때마다 온갖 생각을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인터넷에도 수많은 아기 사진들을 봐도 이상하게 우리 아기만 한 인물이 없어 보이고, TV에 잘난 연예인이 나오기라도 하면 나중에 우리 아기도 저렇게 자라겠지라고 뜬금없는 생각을 한다. 아기가 튜브를 끼고 수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운동선수가 되려나 생각하고, 책을 보고 좋아하면 똑똑한 애가 되겠다고 속으로 좋아한다. 나에게 색안경과 콩깍지가 시에 쓰인 것이 틀림없다.

어찌 이쁘지 않겠는가..[출처 - 픽사베이]

 아기 엄마는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기를 위해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해가 간다. 어른은 10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지만 갓난아기는 하루하루가 다르. 못하던 뒤집기를 하고 없던 이빨이 자라며, 혼자 못 들던 젖병도 혼자 든다. 옆에서 보면 너무 신기하다. 세상에 어떤 존재 없던 기능이 스스로 생겨나겠는가. 얘만 빼고.


 나도 조금은 더 부지런해졌다. 아기와 혼자 있을 때는 기를 보는 것 이외에는 른일을 하기가 어렵다. 나는 출근을 해야 하니 출근 전 후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엄마가 편할 수 있다. 집안 청소하기,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장보기, 설거지하기 등등 이전에도 하긴 했지만 지금은 사명감을 가지고 한다. 지금 안 하면 나 없는 동안에는 절대 못할 테니까... 여담으로 내 잔소리도 늘었다. 그건 좀 걱정이다.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나아간다면 참 좋겠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건 내 걱정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세계경제와 끝나지 않는 코로나, 그리고 내 직업 걱정까지 단 시간 내에 갑자기 문제가 생길 것도 아니건만 이상하게도 걱정이 늘어난다. 심지어 아기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우리나라의 모습도 걱정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알아서 잘, 충분하게, 행복하게,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단어들과는 거리가 는 곳이 아니던가? 아기가 자라서 내 나이 때쯤에 지금의 나보다도 힘들다고 하진 않을지 걱정이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며 아내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곧 다가올 즐거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아기가 조금 더 자라면 태울 보행기, 걷고 뛰면 아빠와 할 운동들, 아기를 위해 들어줄 저금통장 같은 이야기들이다.

아기의 사회성을 위해 아빠와 놀이는 필수[출처 - 픽사베이]

 때론 힘들지만 아기 영상 하나에 깔깔거리거나 돌아와 본 아기 얼굴에 힘든 것을 까맣게 잊은 내 모습을 떠올리면, 정말 우리 아기 엄청난 능력을 가진것이 틀림없다. 부디 우리 아기가 지금 웃으면서 자라는데 내가 좋은 아빠로서 부족함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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