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 불꽃마저 사랑하기를

많은 일을 했지만 몰라준 그것

 오래전부터 살면서 후회했던 일들 중에 가장 후회스러운 일을 꼽으라면, 사소한 일로 남들에게 화를 냈던 일이다. 그 순간, 그냥 넘어가면 되는 일들을 그때는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화가 났던 일들이 돌이켜봤을 때 기억이 안나는 이유는 대부분 정말 기억이 안 날 만큼 사소했기 때문일 거다. 보통 화를 내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당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보다도 그날의 온도와 습도, 풍향과 밥을 먹지 않아 굶주린 배와 어쩌면 그전에 누군가와 다투었던 일들이 더 영향을 주지 않던가.

 누구보다도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기계처럼 살고 싶은 나에게 오랫동안 분노라는 감정은 그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대상으로, 인간관계를 저해하는 감정으로, 저 어디 우리 집 창고 한편에 쌓여있는 물건처럼 취급을 받았다.

 반면 내가 아는 친구는 정반대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화를 거의 내지 않는다. 반드시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매우 주변 사람에게 인기가 있다. 그 자리에서 몇 마디 하지 않더라도 금방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대화를 유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것들을 나에게 토로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만 그만큼 진짜 이상한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받는다고 했다. 길을 가는데 도를 믿으십니까 하는 사람들이 들러붙는 귀찮은 경험들이 나보다 훨씬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의 그런 분노도 사실은 나를 지키기 위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귀찮은 사람들을 붙지 않게 도와준 것은 물론이고, 맘에 들지 않는 사람보다 더 뛰어나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이룰 때까지 움직이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좋게 좋게 타협하고  지나가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오늘날 나라는 존재가 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아직 나는 젊다. 내가 발전하는데 사랑이나, 믿음이나, 타협이나 그 어떤 감정보다도 분노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 살다가 밉고 싫고 이것만 없으면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감정이나 습관이 또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없애려고 노력하기 보다도 먼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깨닫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다음에 농도 조절을 해볼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그 또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