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중성화 수술

살아있는 내 강아지의 장기를 보신 적 있나요

by 젠쏘

보호소에서 입양할 때 보호자가 필수로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동물사랑배움터에서 반려견 입양 전 교육을 듣고, 동물등록을 한 후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동물등록은 보호소에서 신청해 줘서 별도로 할 일이 없었다). 입양 직후 검진도 하고 중성화 수술 날짜도 잡기 위해 병원에 데려갔다.


"6kg쯤 나가죠?"

"아뇨 4kg이요."

"정말요? 관상이 딱 6-7kg인데? 무게 한번 재보자."


6-7kg 관상이 따로 있는 걸까. 웃음을 참으며 저울 위에 올리니 중년의 간호사 선생님이 깜짝 놀란다.


"얘 너 고생 많이 했나 보다."


수술 전에 살을 찌워 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4kg였던 여래가 6kg찍은 날.

수술 날짜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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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가 심하지만 이제 30분 정도는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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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도 모른 채 마냥 해맑은 얼굴의 여래. 속이 울렁거리는 차에서 탈출한 게 기쁘기만 하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왔는데, 손님이 많아 잠시 기다려야 했다.


차고가 꽤 높은 픽업트럭 위에 실려있는 리트리버와 함양에서 침 맞으러 오는 포메라니안 다음이 우리 차례였다.


30kg에 달하는 리트리버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없어 원장님은 바깥에 나가서 진료를 봤다. 어디가 아픈 걸까 궁금해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구경했다. 나이 지긋한 중년의 아저씨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


"며칠 전부터 뭘 잘못 먹었는가 덩치는 이만한데 똥을 요만치만 싸예. 똥을 못 싸서 그렇는가 밥도 영 안 묵고예."


요만치라며 손가락 하트를 한다. 원장님은 관장약을 처방해 줄 테니 뒷다리를 잡고 항문에 넣으라며 잘 넣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아저씨의 얼굴에 더 짙은 근심이 드리워졌다.


"아이고마 되긋나? 함 해보께예. 해봐야지 우짜겠습니까. 아따 짜슥 마 손 마이 가네."


입으로는 툴툴거리면서 목을 북북 긁어주는 손길에 애정이 묻어났다.


세 사람이 앉으면 꽉 차는 갈색 레자 소파에 드러누운 포메라니안 등에는 고슴도치처럼 바늘이 꽂혀 있었다. 함양에서 온 '쫑'은 대학병원에서 몇 천을 들여 수술을 해도 못 걷다가 이곳에서 침을 맞고부터는 걷기 시작한다고 했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처음 만나도 스스럼없이 말을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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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닥칠 일을 예감이라도 한 걸까. 여태 얌전히 앉아있던 여래가 내 무릎에 발을 올렸다. 그때 원장님이 주사기를 들고 나왔다.


"옆에 딱 앉혀가지고 붙잡으세요."


마취도 소파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형식은 사치일 뿐이다.


"조금 있으면 약 기운이 퍼질 겁니다. 애 겁먹지 않게 잠시 토닥거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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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여래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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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술 들어가겠습니다."


원장님이 축 늘어진 여래를 데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이라고 해봤자 문도 없는 칸막이 너머다. 털이 윙윙 밀리는 소리가 나고 뭔가 타는 냄새가 났다. 원장님은 수술하며 보호자와 다이렉트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신다. 특히 마당냥이 끄미를 수술 중일 땐 지방이 많다고 혼나기까지 했다.(ㅇㅇ씨 도대체 뭘 먹여서 이렇게 살이 찐 거냐고!)


"아잇. 이거 큰일 날 뻔했네. ㅇㅇ씨! 징그러운 거 잘 봐요?"


난데없는 질문에 엄마와 나는 어리둥절하게 서로를 쳐다봤다.


"네! 저 그런 거 잘 보는데..."

"그럼 들어와서 좀 보세요. 이야... 이거 애 자궁이 지금 일반 강아지 4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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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너머로 가보니 세상에 마상에. 살아있는 내 강아지의 장기를 눈으로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벌렁 누워있는 여래의 배 위로 꺼내진 장기를 가리키며 원장님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궁 수종이네. 자궁에 물이 꽉 차있었단 말입니다. 다른 강아지에 비하면 엄청 거요. 여기서 가만히 놔뒀으면 자궁 축농증으로 가는 거예요."


오 마이 갓. 내 몸이 움츠러드는 기분.


"이걸 들어내면 괜찮은 거죠?"

"괜찮지. 중성화 수술 안 했으면 아주 큰일 날 뻔했어요. 입양 잘했어요. 얘가 복이 있네."


간호사 선생님이 수술 기록을 위해서인지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했다. 원장님은 다시 수술에 집중하고 간호사 선생님은 사진을 친절하게 확대해 주며 다른 강아지 사이즈와 얼마나 다른지, 어떤 부분에 물이 찼던 건지 설명해 주셨다. 그러다 옆쪽으로 스와이프를 했는데 고사리 사진이 나왔다.


"아! 이건 우리 산에서 딴 고사리. 올해 고사리 좀 따셨어요?"

"올해는 불나고 정신없어서 많이 못 했어요. 아유 고사리 좋네."


중년 여성들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순간. 종잡을 수 없는 변화구에도 자연스럽게 티키타카가 된다. 급작스러운 드리프트에 따라가지 못한 나는 어리둥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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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배에 붕대를 둘둘 감은 여래를 안고 나와 친히 케이지 안에 넣어주신다.


"ㅇㅇ씨 뒷자리에 앉아서 가세요. 마취 깰 때 겁을 많이 내거든요? 그때 주인이 눈에 보여야 애들이 안심한다고."


자리 지정까지 해주시는 친절함.


날 것의 동물병원이지만 정이 넘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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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는 집에서 내가 만든 넥카라를 끼고 요양을 시작했다. 첫날은 좀 힘들어 보였는데 다음 날부터는 걱정이 무색하게 날아다녔다. 혹여 수술 부위가 터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언니의 마음도 모른 채 내달리는 소녀...


실밥을 풀고 난 후 정부 24에 접속했다. 동물등록 변경신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동물등록번호를 넣고 중성화란을 '부'에서 '여'로 변경했다.


이로서 반려견 입양 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을 완료했다. 숙제를 끝낸 홀가분함보다 더 큰 감정은 큰 병이 될 뻔한 걸 막았다는 안도감이었다. 그동안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니?


"우리 공주. 이제 고생은 다 끝났다. 언니랑 잘 살아보자. 알겠제?"


대답 없이 말간 눈으로 올려다보는 여래. 오랜 유기 생활의 흔적이 몸 곳곳에 남아 있지만 순한 눈망울에는 원망 한 점 없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수줍게 한 말씀 올려봅니다. 호옥~~~시 괜찮으시다면 구독과 라이크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