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마지막 전화

by 젠쏘
여래는 진주시 정촌면에 유기된 강아지로 2024년 12월 17일에 진주시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했다. 그곳에서 한 달 넘게 철장에 갇혀있다가 2025년 1월 24일 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한 감나무집에 입양되었다.


진주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할 당시, 우리는 꽤 많은 서류를 작성했고 몇 가지 안내를 받았다. 그중 하나가 총 4번의 확인전화를 한다는 거였다. 그중 두 번은 보호자와 입양동물이 동시에 찍은 사진을 제출해야 했다. 당시 직원은 입양 후 달라진 강아지들을 보여주며 고무된 표정으로 액정을 넘겨 보였다. 나는 우울하고 꼬질한 여래의 얼굴을 보며 얼마나 밝아질지 미래를 가늠해 보았다. 상상이 잘 되지 않았지만 자신 있었다.


10년을 보내달래도 보내드릴 수 있어요.




한창 점심 준비 중에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055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였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진주시청 농축산과 입니다."


드디어 4번째 전화가 왔다. 여래 잘 지내고 있죠? 하고 묻는 질문에 목을 가다듬고 한껏 성의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작 "네" 였을 뿐이지만) 마치 학부모가 된 기분이었다. 직원은 카톡으로 안내문을 넣어줄 테니 그 번호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보호자와 강아지가 함께 나올 것을 주문하며 전화를 끊었다.



2번째 사진을 찍을 땐 중성화 끝낸 여래가 자고 있어서 샷시 옆에 엎드린 어정쩡한 포즈로 셀카를 보냈었다. 하지만 마지막 사진은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고 잘 찍지도 못한다. 하지만 나와 여래가 함께 있는 사진을 누가 원하겠는가? 수요가 있을 때(?) 잘 찍어 보내자 싶었다.


얼른 여래에게 옷을 꿰 입히고 밖으로 나갔다. 삼각대가 없어서 휴대폰을 정원석에 기대고 여래의 키와 맞춰 쪼그려 앉았다. 도저히 웃을 것 같지 않은 꼬질 강쥐를 보며 도전정신에 불타올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감격에 겨운 주인 언니의 속도 모르고 여래는 쉬하러 가자고 줄을 당겼다.


"여래야. 협조해 줄 수 있겠니?"


청유형으로 말했지만 거절은 없다. 타이머를 맞추고 3번이나 찍었는데 도저히 정면을 보지 않는 야속한 강아지다. 아쉽지만 여래의 방광사정도 생각해 타협하기로 했다.


1.jpg


아쉬운 마음으로 사진을 전송했다. 돌멩이에 기대 놓고 찍었더니 수평이 삐뚜름하고 여래는 뿔이 났다. 곶감작업으로 하루에 10시간 넘게 앉아있으니 얼굴에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랐다. 뭐 하나 똑바로 된 게 없는 사진인데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왜 이럴까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그동안 같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던 거였다. 여래뿐만 아니라 지금껏 키워왔던 모든 강아지들을 포함해서. 너무 늦어서 아쉽다고 말하기도 미안할 뿐이다. 얘들아. 무신경한 언니라 미안했다. 여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최대한 많이 기록해야겠다.


요즘 좋은 얼굴로 입양해 간 후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들을 기사로 접하곤 한다. 그런 흉흉한 놈들이 판치는 세상에 1년에 걸쳐 사후 관리 하는 건 정말 칭찬하고 싶은 제도다. 타 시도도 하는 줄 알았는데 모두 다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이렇게 진주시의 유기동물 입양 사후관리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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