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와 사계절을 함께 보냈다.
중요한 것을 잘 잊는다. 감정에 압도되어 하루를 꼬박 망쳐도 며칠이 지나면 그 사실을 까먹고 깔깔 웃는다.
지난 20년간 반려동물과 함께 살았다. 그들이 수명을 다할 때에는 세상이 끝장난 듯이 통곡하고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그러고 먹은 마음은 몇 밤 자고 나면 깡그리 소화되어 헛헛함만이 남았다. 희한하게 허기진 내 마음이 강아지를 끌어당기기라도 하는 건지 누구네가 못 키우게 된 강아지가 있다더라, 누구네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디 줄 데가 없어 난감한가 보더라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한 식구가 되고 익숙해지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과제해야 돼서.
출근하기 바빠서.
퇴근하고 나면 피곤해서.
상황이 안 받쳐줘서.
언니가 성공해야 우리 강아지 사료도 사고, 간식도 사주지.
조금만 기다려.
핑계도 어찌나 다채로운지.
강아지의 시간은 너무 빠르고 짧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실을 쉽게 잊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기억은 언제 떠올려도 쓰다.
무지개다리를 건너 지금은 안식에 이르렀을 나의 강아지들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여래를 입양했다.
그래서 여래는 나의 반성문이자 다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여래와 함께 한 일 년을 정리해 글로 남겼다.
우리의 시간을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핑계 대는 순간에도 강아지의 시간을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걸 말이다.
-14주 동안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