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 너는 나의 반성문이자 다짐

by 젠쏘

여래와 사계절을 함께 보냈다.


1.jpg 개의 편식.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는 처음 봤다.
3.jpg 사냥개들을 피해 도망가는 중. 엄마 어깨너머로 나의 동태를 살핀다.
4.jpg 아직 비옷이 배송되지 않았다.
6.jpg 마당냥이와 점점 친해지고 있다.
7.jpg 가을낙엽 산책 중.
2.jpg 꽤 만족스러운 산책을 했다.


중요한 것을 잘 잊는다. 감정에 압도되어 하루를 꼬박 망쳐도 며칠이 지나면 그 사실을 까먹고 깔깔 웃는다.


지난 20년간 반려동물과 함께 살았다. 그들이 수명을 다할 때에는 세상이 끝장난 듯이 통곡하고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그러고 먹은 마음은 몇 밤 자고 나면 깡그리 소화되어 헛헛함만이 남았다. 희한하게 허기진 내 마음이 강아지를 끌어당기기라도 하는 건지 누구네가 못 키우게 된 강아지가 있다더라, 누구네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디 줄 데가 없어 난감한가 보더라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한 식구가 되고 익숙해지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과제해야 돼서.

출근하기 바빠서.

퇴근하고 나면 피곤해서.

상황이 안 받쳐줘서.

언니가 성공해야 우리 강아지 사료도 사고, 간식도 사주지.

조금만 기다려.


핑계도 어찌나 다채로운지.

강아지의 시간은 너무 빠르고 짧다는 걸 알면서도 그 사실을 쉽게 잊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기억은 언제 떠올려도 쓰다.



무지개다리를 건너 지금은 안식에 이르렀을 나의 강아지들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여래를 입양했다.

그래서 여래는 나의 반성문이자 다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여래와 함께 한 일 년을 정리해 글로 남겼다.


우리의 시간을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핑계 대는 순간에도 강아지의 시간을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걸 말이다.




-14주 동안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