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ice U Dec 17. 2022

미국 내 혼자 여행(1)

인생 최초의 항공 티켓 취소

내가 방문연구원으로 가게 된 미드웨스트대학은 수업과 다른 활동들이 줌으로 가능하지만 오리엔테이션 한 번은 꼭 방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오기 전 미국 국내선 비행기 티켓 예약을 완료해 둔 상태였다. 미국 입국 1주일 안에 방문해서 등록을 해야 그 이후의 행정절차들이 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미드웨스트대학이 있는 미주리주를 가기 위해서는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세인트루이스 램버트 공항까지 2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지 구글맵을 검색하니 13시간 정도가 걸렸다. 미국 운전 초보자가 가기엔 무리였다. 당일로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표도 여의치가 않았다. 남편은 거의 미국에 입국하자마자 나 혼자 다녀와야 하는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형님네 집에 맡겨두고 같이 1박 2일 여행을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곳이 볼거리가 많은 곳도 아닐뿐더러 국내선인데도 항공료만 거의 100만 원 정도를 더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에 내키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학교 측에서 배려해 줘 새벽 비행기로 일찍 학교에 오면 오후 비행기로 돌아갈 수 있게 오리엔테이션을 끝내주겠다고 해  혼자 당일치기 일정을 짤 수 있었다. 


7월 26일 화요일 새벽 6시 25분 세인트루이스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 오후 2시 30분 필라델피아행 비행기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혼자 잘 다녀올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43세 아줌마가 못할 일은 없다는 주문을 되뇌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그리고 미국 입국 채 1주일이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시차 적응도 아직 덜 된 몸으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필라델피아 공항으로 갔다. 아주버님이 운전을 해주고 남편이 배웅을 위해 같이 와줬다. 하지만 배웅이라고 해봤자 공항 출입문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인사해 주는 정도였다. 


마음속으로 잘할 수 있다는 파이팅을 외치며 공항으로 들어섰다. 무인발권기에서 발권도 하고 입국장 수속도 잘 마쳤다. 탑승 시각까지는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베이글과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며 애써 여유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여유는 거기까지였다. 탑승게이트로 가까이 가면서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직 탑승시각에서 한참 먼 시간이었는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게 아닌가. 아시안계 수도승으로 보이는 앞줄의 남자분에게 물어보니 항공권이 캔슬됐다며 핸드폰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스케줄을 잡으려 줄을 서 있는 거라 했다.


항공권 캔슬?! 45년 인생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사실 전날 공항에서 학교로의 픽업을 부탁드렸던 J1한국분에게서 세인트루이스 날씨가 많이 안 좋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메릴랜드주에 사는 대학 동창으로부터 미국 내 국내선은 취소나 지연이 잦으니 당황하지 말라는 조언도 들은 터였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공항에 와서 발권까지 다 마쳤는데 취소라니?!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정말 너무나 태연하고 의연했다. 


가는 티켓은 변경하거나 환불받으면 문제없다. 하지만 문제는 리턴 티켓이다. 다음 날이나 밤 티켓도 아니고 오후 2시 30분 티켓이다. 여기서 2~3시간 늦게 출발하면 오리엔테이션을 받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데 나의 이런 개인적 사정으로 리턴 티켓이 수수료 없이 변경이 가능할까? 더구나 이런 복잡한 상황을 영어로 얘기해야 하는데? 과연 내 힘으로 이 난관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일단은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면서 남편에게 이 상황에 대해 톡을 했다. 남편은 빨리 다른 항공사 티켓으로 변경하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항공사 비행기라고 바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리턴 티켓을 그대로 사용하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이미 당일로 다녀오기는 힘든 상황이 된지라 다음 날 표로 바꾸고 오늘 숙박지를 알아봐야 했다. 


전에 학교에서 혼자 오게 될 경우 기숙사를 1박 75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학교 측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미주리주는 펜실베이니아주보다 1시간이 빨라서 여기 오전 6시가 거긴 오전 5시였다.) 톡을 남기고 빨리 응답이 와주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대기줄이 줄어들어 어느새 내 차례까지 왔다. 나는 오리엔테이션을 다른 날로 미루는 것보다 어떻게든 오늘 마치는 게 여러모로 편할 거라고 판단하고 다음 편 비행기표로 바꿨다. 오후 1시 5분 비행기표와 함께 200달러 바우처를 줬다. 


가는 티켓은 일단 완료! 이제 오늘 숙박과 다음 날 티켓이 문제다. 처음엔 밤 비행기로라도 돌아오려 비행기 편을 알아봤는데 사람들이 몰리니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튕겨 나와서 다시 진행하면 20~30달러가 다시 오른 가격이었다. 너무 답답한데 시간은 점점 흐르고 학교 담당자의 연락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 딱 이 타이밍에 생리까지 했다. 날짜가 거의 임박해서 생리대를 챙겨 오긴 했는데 정말 왜 이 타이밍일까? 내 기분이 한층 더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었다.


겨우 기숙사 이용이 가능하다는 학교 담당자의 연락을 받고 다음 날 티켓을 변경했다. 공항에서 바로 티켓을 변경해 보려고 항공사 고객센터를 찾아가 말해봤지만 나의 짧은 영어가 문제였는지 해결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취소를 하고 다시 구매했다. 불행 중 다행히 날씨 관계로 그 티켓 역시 취소까진 아니었지만 딜레이가 돼 있었다. 환불 신청서를 작성하고 비자발적 스케줄 변경을 이유로 했다. 24시간 이후 승인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 일단 꾸역꾸역 상황을 일단락 지었다. 


'괜찮아, 지금까지 아주 잘했어. 힘내.' 스스로를 위로했다. 점심때가 됐지만 식욕은 전혀 없었다. 탑승시각이 돼 우여곡절 끝에 세이트루이스에 가게 됐다. 비행기에 타고 이륙을 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더 특별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을 떠나오던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