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어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떠나다
2022년에 나는 입사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결혼해서 집도 사고 두 딸도 얻었다. 참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극히 평범한 40대 중년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딱히 잘 못 살았다던가, 후회가 드는 삶은 아니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나를 점점 나태함으로 이끌었다. 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에서 나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홀린 듯이 미국연수라는 도전에 나섰다.
우수사원에게 주어지는 회사 복지 차원의 연수가 아니었다. 회사를 휴직하고 100% 사비로 충당하는 좀 무모한 도전이었다. 게다가 남편은 한국에 남아서 재정적 서포트를 해야 했다. 나는 두 딸을 데리고 미국에서의 홀로서기에 나섰다. 다행히 미국에는 이민을 가신 아주버님 가족이 살고 계셔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은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비자부터 집 구하는 문제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문제에 부닥치고 거절당하는 등 스트레스와 시련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삶의 활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도전하는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나는 잃어버린 나 자신을 다시 찾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의 의견은 거의 반반이었다. 아이들의 영어 교육과 해외에서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적극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경제적으로 큰 무리를 하면서까지 2년간이나 가족이 떨어져 사는 삶에 대한 자발적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조차도 이 도전의 득을 장담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어떤 어려움과 시련에 부딪힐지 모르는 일(건강 문제 등)이고 특히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적응에 실패한다면 인생에 큰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미국 2년 살이 도전은 도박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확률이 높진 않지만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변수는 하늘에 맡긴 채 그렇게 나는 40여 년을 살아온 한국을 떠나 미국 2년 살이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