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걸음을 바라는 엄마에게
엄마
나는 글을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쓰지 못하고 있었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어
글을 쓸 때마다 나를 떼어내어
글자를 만들고 문장을 만들어서
세상에 흘려보내고
내가 다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어
내 이야기보따리가 소진된 이유는
내가 고여있기 때문이겠지?
내 안에 무엇이든 넣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것 외엔
무엇도 담으려 하지 않으니까
삶의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나에게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엄마,
나는 엄마처럼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
나에게 있는 것들로만
부족하고 소박하게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제한하며 더 큰 꿈을 꾸지 못했어
지금껏 이루어 낸 것이 없으니까
앞으로도 이룰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나 봐
그런데 엄마는 항상
먼 곳을 향해 바라보고 서 있어
늘 자신감을 가지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잖아
엄마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하고 있는 일도 참 많지
그래서 엄마에게서는 늘 빛이 나나 봐
엄마, 나도 엄마처럼 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용기 내볼까?
아무리 노력한대도
결국 빛을 얻지 못할 것 같대도
그 노력 자체가
빛이 된다고
엄마는 그렇게 말해줄 것 같아
엄마,
내가 아무리 못나도
내가 아무리 어둡게 살아도
엄마에게는 언제나 내가
엄마의 빛나는 딸이라는 게
가끔 무겁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 마음 때문에
아직도 나의 문장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아
엄마,
언젠가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글을 적어볼게
그래서 엄마가
더없이 빛나는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역시 엄마의 눈을 틀리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그때까지 엄마
해 같이 빛나는
뚜렷한 시선으로 버텨줘
엄마의 뒤에서
엄마가 걸은 길을 따라 밟고 싶어
그렇게 나도 빛으로 살아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