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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글 Mar 01. 2021

엄마는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굵어진 엄마 손가락. 걸걸해진 목소리. 이따금 쇳소리도 섞여 나는 것 같아.
엄마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을까. 엄마-라는 호칭은 괜찮았을까
언제부터 엄마는 내 엄마였을까. 우리가 심긴 그 순간부터? 우리가 엄마라고 불렀을 그 날부터?
엄마의 기침소리. 엄마의 흰머리. 엄마의 붉은 뺨. 나는 그 사소하면서도, 사소하지 않은 것들에 늘 집중되곤 해. 엄마가 늘 우리를 눈에 품고 살아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언제쯤 나는 엄마보다 자라서 엄마를 품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미 내 키는 엄마를 넘어섰는데. 나보다 컸던 엄마는 영영 추억 속에만 있는데.
아마도 내가 엄마 나이가 되어서야 엄마의 마음을 반절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당당히 엄마의 무게를 짊어질 수 없는 나라서 참 미안해
엄마의 아픔에 함께 울면 내가 울음에 먹혀버릴까 봐 함께 울지 못해서 또 미안해
사실 엄마는 나에게 미안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삼키곤 해. 그냥 엄마를 보고 웃어. 엄마도 웃을 수 있게.
나는 엄마한테 내 것을 줄 수 없어서 울지만, 엄마는 나에게 가진 것을 다 부어주고도 웃는 사람이야. 나 때문에 가난할 것만 같은 엄만 언제나 당당하고 많은 것을 품은 사람이었어.

나도 자라서 엄마가 된다면, 엄마를 닮은 엄마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신은 없지만, 내게 가장 아픈 사람은 엄마니까. 내게 가장 기쁜 사람도 엄마니까. 나에게 엄마는 엄마뿐이니까. 평생 엄마의 뒤를 걷는 내가 엄마를 닮는 일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오늘도 늙어간다는 일이 퍽 슬프지만은 않아. 오늘도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엄마의 짐을 나눠지며, 함께 걸어갈 수 있어 참 다행이야. 사랑해 엄마! 이 세상에 피어난 꽃들의 아름다움 만큼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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