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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글 Feb 17. 2021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

무기력함의 옷을 벗어던지고


 우울한 마음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던 날들이었다.

 아침 내내 무기력한 마음으로 지내며 무기력했던 어제를 생각했다. 배는 고팠으나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햇살이 내려앉은 곳을 길게 응시했다. 오후엔 깊은 잠으로 도망쳤다. 눈을 떠도 어둠뿐이었다.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혼자 잠을 자야 했다. 문득 소리 내어 기도를 하고 싶어 졌다. 어느새 나는 빌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 나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해 주세요. 부끄러운 나의 흔적을 지워주세요. 아니, 잊지 말고 기억해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해 주세요. 내가 사라지지 않게 해 주세요. 하나님 나 좀 도와주세요. 나 좀 도와주세요. 무서워요. 두려워요. 두려워요. 두려워요.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끝없이 되뇌었다.

긴 눈물을 흘리고서 그대로 감정에 젖기 싫어 성경을 펼쳤더니 아가서가 나왔다. 오늘은 창세기를 이어 읽을 차례였지만 왠지 이끌려 아가서를 읽었다.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도다"(아 2:16) 이 말씀이 내 마음의 바다에 큰 파도로 일렁였다. 말씀을 읊고 또 읊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나는 하나님께 속하였고, 하나님은 나에게 속하신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나는 하나님께 속하였고, 하나님은 나에게 속하신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나는 하나님께 속하였고, 하나님은 나에게 속하신다...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더 차오를 수 없을 만큼

이어 나오는 말씀은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아 4:7)였다. 나의 어둠을 지우시고 내게 흠이 없다 말씀하시는 하나님 마음이 너무 다정하고 깊어서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게 사랑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 커다란 마음에, 그에 비해 너무도 작았던 나는 편안히 그 품에 안겼다.
  
그 품에서 나는 "아침 빛 같이 뚜렷하고 달 같이 아름답고 해 같이 맑고 깃발을 세운 군대 같이 당당한 여자"의 모습으로 서 있다.


하나님 나를 일으켜주세요. 하나님 다시 나를 일으켜주세요. 또 넘어져도 나를 일으켜주실 것을 믿어요. 비로소 웃게 된 나는 우울하고 슬펐던 지난날의 내게도 고마워졌다. 나의 어둠으로 하나님의 빛을 누렸으니 -

공허했던 시간보다 더 넘치도록 충분했다. 내가 아무리 낮아져도 내가 아무리 작아져도, 하나님은 높으시고 하나님은 크셔서 나의 낮음을 나의 작음을 당신의 마음으로 보태어주신다. 그래서 나는 낮으나 높고 작으나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는 나,
다시 일어나서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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