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에서 나가기 싫어지는 계절이 왔어요.
지난여름은 참 무더웠습니다.
밤새 더위와 싸우다 아침이 밝으면 얼른 일어나
땀으로 젖은 몸을 씻으러 화장실에 달려가곤 했어요.
그러나 요즘은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여름이 그리워지는 차가운 온도에 발을 내딛기보다
이불에서 '조금만 더 자자, 조금만 더 있다가 일어나자'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마다 사투를 벌이곤 합니다.
여름에는 얼른 겨울이 오기를
이 더위가 사라지기만 한다면 뭐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마음을 품었었죠.
하지만 겨울이 채 되지도 않은 11월의 가을 아침에는
게으름을 걷어내지 못하고 웅크려있는 내가 보입니다.
어제는 포근한 이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가게를 열었습니다.
가게 오픈 시간은 아침 8시인데
겨우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이 저를 자책하게 만들었습니다.
후회와 반성으로 일어난 오늘 아침에는
겨우 오픈시간 언저리에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지난날의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이 가게에 처음 출근할 무렵에는
혹여나 아침에 늦을까
밤새 뜬눈으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쿵쿵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른 아침에 가게로 달려갔던 모습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초심을 잃어버린 것인지
계절을 탓하고만 있는 것인지
아기를 갖게 되어 배가 무거워졌다는 핑계 속에 숨는 것인지
이 모든 이유가 다 맞는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생각하기를 포기해 버리는 요즘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 <잘잘법>을 켜보았습니다.
남편이 예전에 즐겨 보았던 채널이라는 말에
시간이 나면 봐야겠다 다짐하고 있었는데,
조용한 가게의 아침에 듣기 딱 좋았어요.
처음에는 성경에 관한 영상을 보고
그다음에는 기도에 관한 영상을 보고
그다음에는 게으름에 대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제게 가장 큰 울림이 되었던 것은 마지막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을 보기 전의 저는 게으름을 이겨내는 방법이
부지런해져야 한다는 것이라 믿고 살았습니다.
어떤 시간에 게을렀다면 그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든
부지런히 살기 위해 몸을 바삐 움직였고
그렇게 하고 나면 게을렀던 과거가 어느 정도 상쇄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나 매튜 폭스는 게으름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부지런해지려는 결심'을 버리고
'우리 안에 있는 불꽃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을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있던 부지런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무리 커진다 하여도
결코 게으름을 걷어내주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으름은 그대로 있으나 다른 시간에 조금 더 부지런해질 뿐이었죠.
또 아무리 부지런하게 살아왔다 하더라도
그 일들이 나에게 아무런 것도 남겨주지 않는다면
그저 행위로만 기분으로만 끝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게으름은 보통 싫어하는,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으레 찾아오는 마음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게으름을 부지런함으로 이겨내려 하기보다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불꽃으로 이겨내려 합니다.
남은 오늘 하루는
나의 불꽃을 찾는 노력을
쌓아가도록 해야겠습니다.
내일 또 내일 눈을 떴을 때
불꽃의 마음으로 일어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