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대한 회고
글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부족하게 여겨졌다. 글 쓰는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내 안의 사랑이 날마다 작아지던 나는 언젠가부터 아무런 말도 당당히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보는 이 없고 듣는 이 없어도 진심을 내보이고 싶었던 나의 첫 마음이, 순수하고 소중한 마음이 언제부터 부끄러웠던가. 사랑이 없다는 것은,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을 쉽게 부끄러운 사람으로 만들곤 했다.
나의 머뭇거림은 언제나 글 앞에서 이루어졌다.
나는 글로 만들어진 사람이라 스스로를 생각하면서도 끝없이 의심하며 낮아지기를 자청하였다.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았으나 모두가 내게 위로를 건낼 정도로 깊은 날들을 지나왔다.
숨을 쉬듯 당당한 마음으로 삶을 버텨내고 싶다. 누구의 시선에도 어떤 말에도 흔들림 없는 자세로 마음을 써 내려가고 싶다.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운지.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운지. 그 마음이 자주 나를 멈춰 세웠는데, 어느새 나는 또 글을 쓰고 있네.
그 누구도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없다. 나의 다리로 일어서야 나는 다시 쓰러져도 일어날 수 있으리. 부끄러움을 끌어안고 사는 삶이 어떠하냐. 나는 눈물을 머금고 웃을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랑이 없다면 사랑을 그려내야지. 사랑이 가득한 마음을 찾아 여행을 떠나야겠지.
당장 내딛지 못할 걸음을 글로서 풀어내는 것으로 마음의 평안함을 얻는다. 세상은 여전하나 나의 시선이 깊어지니 비로소 나는 색깔 있는 세상을 얻게 되었다. 어쩌면 내 삶은 글로서만 생동하는 영역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