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캐는광부 에세이#7
부모님께서 20여년 간 운영하신 정읍 투영통닭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가게를 내놓아야 했는데요. 제가 대학교 재학시절 진행한 어머니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렇게 기록문화유산으로나마 남아있습니다.
부모님은 전북 정읍시 터미널 사거리에서 15년째 통닭가게를 운영해 오고계십니다. 가게 이름은 '투영통닭'. 어제 집에 내려갔다가 닭과 참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어머니를 인터뷰 했습니다. 평소 자식이지만 어머니에 대해 너무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이죠.(아버지는 배달가셔서 자리에 계시지 않았답니다.)
▲ 싸랑하는 오마니. 15년째 통닭가게를 운영해 오고 계신다.
어머니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고, 그간 있었던 고생담을 듣고 있자면 제 가슴이 닭가슴살처럼 퍽퍽해집니다. 또 어머니의 손을 바라보고 있자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머니의 손등엔 뜨거운 기름에 닭을 튀기느라 수십번 수백번도 더 넘게 데인 자국이 남아 있기때문입니다.
그 두손으로 어머니는 15년동안 무를 직접 담그시고, 치킨양념도 직접해오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영통닭의 역사가 담긴 손이자, 수많은 닭들이 날개돋힌 듯 팔리기 이전에 대기하는 비행기장이기도 하지요. 그런 어머니를 인터뷰하며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아들 : 오마니, 아들이 인터뷰 좀 해도 될까요?(웃음)
어머니 : 하하하..그래라...(웃음)
아들 : 15년동안 장사를 해오시면서 별의별 손님 다 만나셨죠?
어머니 : 그렇지. 손님들중에는 말을 참 이쁘게(?) 하시는 분들이 있지. 접시에 통닭 한 점이라도 더 얹혀 주고 싶다니까...반면 어떤 손님은 대놓고 반말로 하는 경우가 있어. 예를 들면 "아줌마, 이것 좀 줘".뭐 이렇게. 나도 사람이니까 그럴땐 기분이 안좋지. 그런데도 그걸 꾹 참아야 할 때가 많아.
그러다 보면 돈이라는게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게 참 쉬운일이 아니구나 하고 많이 느끼지.
아들 : 그렇다면 닭이 오마니를 가장 속상하게 할때는 언제인지요?
어머니: 닭을 튀겼을 때 깔끔하고 이쁘게 나오면 좋은데...그렇지 못할때 속상해.같은 날 음식을 해도 닭이 잘 나올 때가 있고 못 나올때가 있거든.. 이쁘게 안나왔을 때는 참 속상하지...
아들 : 통닭가게 하시면서 어떨 때가 가장 좋으셨어요?
어머니 : 손님들이 정읍에서 통닭하면 투영통닭이 제일 맛있다는 말을 해줬을때 가장 좋지~.
그게 빈말이든 아니든 얼마나 고마운지....
아들 : 무료로 통닭을 튀겨 준 적도 몇 번 있었다면서요?
어머니 : 예전에 자기 자식들에게 통닭을 자주 사주던 손님이 계셨어. 그런데 어느날 그 손님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서 그 집에는 아이들하고 어머니만 남게 되었지 뭐냐. 그러다보니 계속 그 집이 마음에 걸리더라구.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통닭먹고싶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그랬지.
지금은 그 얘들도 다커서 대학생이라지 아마...
아들 : 그런데 오마니는 치킨 좋아하세요?
어머니:하하하. 좋고 안좋고보다는 장사를 하고 있으니까 질린다는 느낌이지...
아들 : 혹시 15년전 이 가게를 차리고 맨처음 닭을 튀겼을때 기억나세요?
어머니 : 어렴풋이. 그땐 방법도 모르고 잘할 수 있을까 겁도 좀 났지.
엄마 성격이 좀 내성적이라 '어서오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도 좀 힘들었어.
그런데 요세는 문만 열리는 소리만 들리면 '어서오세요' 가 자동으로 튀어나와버리잖아(웃음).
아들 : 어머니만의 기네스북이 있다면? 뭐 진기록 같은거요!(웃음)
어머니 : 별 것 아닐지도 모르지만....하루에 통닭 90마리 튀긴거? 그때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 야.
이거 뭐 뜨거운 기름앞에 붙어 있으니 무슨 불덩이 속에 있는 것 같았다니까. 포장하고, 무넣고, 양념 버무리고 이것저것 할려니까 허리랑 손목이랑 마디마디 안아픈데가 없드라니깐...
아들 : 정말 대단하셔요. 또 항상 가게에 계시잖아요? 여기서 봄여름가을겨울 다 겪으실텐데 그중 어느계절이 제일 좋아요?
어머니 : 봄이 가장 좋아~
아들 : 한 해도 끝나가는데 새해 소망이 있다면요?
어머니 : 통닭 불티나게 나가는게 소원이야(웃음). 또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아들 취업 잘되고...뭐 뻔하지 않겄냐?
아들 : 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오머니 : 아들아 인생은 머뭇거리기엔 너무 짧다...그말처럼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네가 살곳을 찾아서 잘 가기를 바란다....허튼 짓 하지 말고 알았지?
엄마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할텐데 하고 말이야. 항상 20대일 것 같지? 금방 서른이고 금방 마흔이야. 20대때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 명심해라~
아들 : 넵 오마니 ㅜㅜ. 부모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어머니 : 보이지 않는 강.
한없이 줘도 줘도 보이지 않아. 그 사랑은 강줄기처럼 끝이 없어....
엄마도 감성적이지 않냐?(민망한 웃음)
아들 : 그런데 오마니! 제가 이 세상에 나왔을때 ..저를 처음 안았을때 느낌이 어땠어요?
오마니 : 말할수 없이 좋았지(푸근한 웃음)
여쭙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통닭주문이 들어와서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부모님을 볼 때면 제가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같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허튼짓 하는지 안하는지 쪽집게처럼 맞추시니까요. 그런데 정작 자식인 저는 부모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힘드신지 어떤 고충이 있으신지 부모님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지요.
▲ 투영통닭..자식인 제게는 부모님하면 함께 떠오르는 이름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는 자식이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다음번에 아버지를 인터뷰 해봐야 겠어요.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