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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Oct 13. 2020

가을에는 스마트폰이 되고 싶다



가을에는 스마트폰이 되고싶다

몸과 마음 구석구석 터치가 필요하다

낙엽을 치우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

손바닥으로 답답한 가슴을 문질러도

지문인식이 먹히지 않는구나

속에 뭐가 들었나 보고싶어도

잠금해제 되지 않는 마음

캄캄한 방에 엎드려 스마트폰을 켰을 땐

주변이 어두워 얼굴인식까지 되지 않고

방바닥에 누워 뒤척이다가

코 끝과 까만 천장 사이에

코끼리코 길이만한 한 숨이

천장에 가 닿을듯말듯 

앱을 켜서 마음을 뽀샤시하게 보정할 수 있다면

올 가을에는 스마트폰이 되고싶다

2년 약정 월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면

내 삶은 60년 약정인가,

네 삶은 70년 약정인가

기왕이면 사과로고 박힌 걸로

가을에는 스마트폰이 되리

몸과 마음에 터치가 필요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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