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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Oct 03. 2020

알바촌극#7 레스토랑 초짜 알바, 와장창 그릇 깬 날

알바경험담#7

저는 30대 중반 아재입니다. 제가 20대이던 대학교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주제로 소소한 깨달음을 적었던 글입니다. 오래 전 개인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아르바이트의 추억 편을 시작하련다. 몇 편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얼마 못 갈 것 같다. 그래도 쓰련다.

스무 살 때 맨 처음 했던 아르바이트가 돈가스를 파는 레스토랑 알바였다. 벌써 8년 전 겨울이다. 그때는 나름 짧은 머리에 귀엽게 생겼었다. 지금은 피부에 뭐가 많이 나고 우웩이지만.....


"아르바이트 모집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쭈뼛쭈뼛 문을 열고 들어서 이렇게 운을 뗐다. 예쁘고 날씬하신 여사장님이 나오셨고, 순간 긴장했다. 그냥 그 나이 때는 예쁘면 긴장 탄다. 혈기왕성할 때라.. 쩝. 여사장님은 나의 전부(?)를 한번 훑으셨다. 내가 키도 크지 않고 잘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깔끔하고 귀엽게 보셨는지 내일부터 나오라고 하셨다. 야호.. 용돈 벌게 생겼다 하고 외쳤다. 속으로. 찡하게.


레스토랑 알바의 조건 : 일단 외모가 나름 괜찮아야 한다.

                             (그렇다고 제가 괜찮다는 건 절대 아님.. 그저 운이 좋았을 뿐..)


운 좋게 시작한 레스토랑 알바. 먼저 일하고 있던 형이 한 명 있었다. 그 형은 키도 크고 잘 생겼다. 부러웠다. 그 형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질 사수였다. 유니폼을 지급받았다. 구두를 신고 하얀 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었다. 


누나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주셨다. 처음에 인사하는 법과 주문하는 법을 배웠다. 3일에 걸쳐 무사히 형님의 가르침을 받고 실전에 조금씩 투입되었다. 초짜 아르바이트생이 3일 차가 된 것이다.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대부분 여자 손님 아니면 커플이었다. 남자 둘이 오는 경우는 역시나 한 번도 없었다. ^^;



손님이 오면 일단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밝은 미소로 인사하면서 말이다. 쫌 있다가 주문을 받으러 간다. 처음이라 쭈볏쭈볏 자세가 엉거주춤했다. 또 예쁜 여자 손님 앞에서는 말을 버벅댔다. 


"주문.. 주무.. 하시겠.. 스니까?"


어렵게 입을 열었다. 


"치돈(치즈돈가스) 2개 주세요. 콜라 두 잔 하고요."


그러면 최대한 바른 자세로 걸으며 주방으로 간다. 예쁜 여자 손님 의식하고서 말이다. ^^;


"이모, 치돈 둘이요."


콜라는 아르바이트생인 내가 준비한다. 얼음 넣고, 빨대 꽂고, 콜라를 따른다. 

그런데 아뿔싸.  그날따라 손님이 들이닥친다. 이때가 고비다.

그동안 배운 것을 시험받을 위기의 순간이다. 이때를 잘 넘기면 일 잘하는 아르바이트생, 그렇지 않으면 그저 그런 보통 아르바이트생이 된다.


'최대한 침착하게.. 침착하게...'


두 팀, 세 팀, 네 팀 연거푸 들어오다 보니 정신이 없다. 주문받은 것도 까먹고... 한 번에 5명의 손님이 한 팀으로 들어왔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놔... 그릇 세 개 서빙할 줄 모르는데.. 아놔.. 에라..'


레스트로랑 알바를 하다 보면 왼손에 접시 하나, 새끼손가락 부위에 접시 하나, 손목 부위에 접시 하나. 이렇게 한 손에 세 개의 접시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오른손까지 합치면 최대 5명 손님 분의 식사를 서빙할 수 있다.


기술 좋은 사람들은 더 되겠지만, 초짜 아르바이트생이 뭘 할 수 있으랴...


그런데 사건은 그때 터졌다.


'와장창... 창.. 창.... 창 차 라디야,,,,,에헤라 디야...'


서빙하던 도중에 치돈이 실린 접시가 떨어져 깨져버린 것이었다. 



초짜 아르바이트생이 한 번쯤 겪는 실수였다. 하나만 깨졌을까, 당황해서 다 떨궈 버렸다. 접시 교향곡이 손님들의 고막을 때리는 순간이었다.


사장님이 달려 나왔다. 형이 빗자루랑 쓰레받기 들고 날아왔다.

사장님은 애써 웃어 보이셨다.


"처음은 다 그래.. 다른 손님 꺼 먼저 갖다 드려.."


사장님의 그 말에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더 긴장되고, 자책하고, 한 숨이 나왔다.

주방 이모는 꼭지가 잠깐 돌으셨겠지만 이내 웃으며 격려(?)해주셨다. 


치돈이 그야말로 레스토랑 바닥에 엎질러졌다. 

아까 이쪽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손님들은 아무 일 없는 듯이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내 이마엔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데 웬걸, 그 날따라 손님이 너무 많았다. 계속 들어왔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이때가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 단련이 된다.

긴장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일을 하게 된다.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면 초짜 아르바이트생에서 중짜 아르바이트생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겨우 손님이 다 빠져나가고..

테이블의 그릇을 치우고, 바닥을 닦고, 테이블마다 화장지를 끼워 놨다.

아까 했던 실수가 생각나 사장님 쪽을 힐끗 보았다.




나를 향해 웃어주던 사장님의 미소는 조금 줄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퇴근!


문을 나서며 '한숨이 푹...'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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