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경험담#6
저는 30대 중반 아재입니다. 제가 20대이던 대학교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주제로 소소한 깨달음을 적었던 글입니다. 오래 전 개인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대학시절 2008년 3월부터 7월 초까지 노래방 새벽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군 제대 후 뭔 정신이 들었는지 알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바는 밤 12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였고 월화수에 했던 걸로 기억한다. 주된 업무는 홀서빙과 마감 청소였다. 알바시간은 8시간이었지만, 새벽이라 그런지 몸이 꽤 피곤했다.
여자를 부르는 곳이 아닌 건전한 학교 근처 노래방이라 손님들과 실랑이는 별로 없었다. 손님들이 대부분 대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손님과 큰 트러블은 일어나지 않았다. 드디어 첫날 일을 배우러 노래방에 나갔다.
먼저 일하던 빠릿빠릿한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이 이틀 정도 일을 가르쳐 주면서 나와 함께 일했다. 그 형은 나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알바를 그만 둘 참이었다. 이틀째였을까. 일을 가르쳐주다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너.. 내일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장난스레 던진 질문이었지만, 속으로는 확 안나 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나는...
"ㅋㅋ 형, 나와야죠."
새벽 마감 청소가 은근히 빡샜기 때문에 이틀하고 안 나오는 아르바이트생이 부지기수였다. 아침 7시 정도에 걸레 빨고 18개 정도의 노래방 홀 바닥을 일일이 다 닦아야 했기 때문에 좀 빡샜다. 형은 은근히 걱정되었나 보다. 아마도 속마음은 이랬을 것이다.
'이 쉐이 안 나오면 나 알바 그만 못 두는데...'
형의 우려와 달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꾹 참고 버텼다. 신체리듬이 새벽에 맞춰지다 보니 어느 정도 할만했다. 삼일째가 되던 날 나는 노래방 알바에 혼자 투입되었다. 이 시간부터는 혼자 일해야 했다.
(노래방 주 업무는 다음과 같았다.
1. 손님 오면 방 안내하고 마이크 가져다 주기 or 음료수 서빙하기
2. 손님 나가면 마대걸레로 바닥 닦고, 탬버린과 마이크 정리하기
3. 노래방비 계산해주기
4. 음료수 채워 넣기
5. 손님 가실 때 '다음에 또 오세요!" 우렁차게 인사하기
6. 아침 6시 반 정도에 서서히 마감 청소 하기, 전체 홀 바닥 닦기, 계단 청소 등
7. 화장실 청소하기
8. 각 홀 정리 정돈하기. 다음 날 낮을 위하여.
(낮 알바는 주로 여학생들이 하는데 위 업무 중 1,2,3,4,5번 정도만 하면 돼서 새벽 알바보다는 좀 편하다.)
새벽 노래방 알바를 하면서 좋은 점은 물론 '돈을 번다'는 것이겠지만, 굳이 뽑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새벽 혼자 하는 알바라 조용히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바쁜 금, 토요일은 빼고..
(그런데 노래방은 조명 때문에 눈이 아파서 공부를 하기란 쉬운 건 아니다)
둘째, 친한 친구들이 오면 노래방 서비스를 더 넣어준다. 뭐 세상이 인지상정이고 아르바이트생의 특권 남용(?)...^^;
셋째, 손님들이 보통 아침 6시 정도면 다 나가는 데 이때 나 혼자 노래를 부른다. 노래방비를 내지 않고 불러도 되는 아르바이트생만의 특권(?)이다. 그런데 사장님한테 걸리면 혼난다. 안 걸리게 ㅋㅋ조심조심!
<나쁜 점>
첫째, 새벽 알바라 다음날 수업에 지장이 있다. 대부분 잤다. 학점은 피 봤다.
둘째, 신체리듬이 깨져서 하루 종일 피곤하다. 자도 자도 피곤하다.
셋째, 알바 땜빵 때는 더욱더 신체리듬이 깨진다.
넷째, 새벽 마감 청소할 때 방에서 귀신 튀어나올 것 같아 무섭다.
다섯째, 손님들이 방바닥에 맥주 흘리면 걸레로 닦기가 무척 힘들다. 이때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된다.
여섯째, 화장실 청소가 하기 싫다. 손님들이 구토한 것 닦고, 치우려면 괴롭다.
<노래방 알바 알짜 팁>
첫째, 커플끼리 왔을 때는 아담한 방이나 구석진 방으로 안내해라. 커플들은 노래 말고 다른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 19금이라 말하지 않으련다.
둘째, 인원수에 잘 맞게 손님들을 방에 안내해 줄 것. 참 중요한 대목이다. 10명의 단체 손님이 왔는데, 7명 정도 들어가는 방에 들어가게 하면 손님들이 당연히 싫어한다. 또 다른 손님들이 왔을 때 막상 들여보낼 방이 없기 때문에 노래방 홀 회전율이 좋지 못하다. 그러면 사장님도 당연히 안 좋아하신다.
셋째, 술 취한 손님이 섞여 있을 때는 화장실과 가까운 방으로 안내한다. 그렇지 못할 때는 비닐봉지를 챙겨준다. 그 손님이 소파에도 피자를 만들고, 나오면서 복도에다가 피자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 봤자 치울 때는 똑같이 왕짜증 나지만.... 자신이 쏟아낸 피자를 치우고 가는 손님은 내가 노래방 알바를 하는 동안은 못 봤다.ㅠ
넷째, 서비스 시간은 천천히 요령껏 넣어줘라. 노래방에 와서 서비스 시간을 원하는 손님들이 많다. 이 부분은 직접 알바를 하면서 감으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으련다.
이상으로 노래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것들이다. 다 맞는 건 아니니 그냥 참고만 하길 바란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그래도 월말에 아르바이트비가 통장에 꽂히면 기분이 좋다. 그 맛에 알바를 한다.
그래도 노래방 아르바이트는 양반에 속한다. 새벽반은 마감 청소 때문에 힘들 뿐이지 나머지 시간은 그리 힘들지 않다. 노래주점 새벽 알바는 좀 기센 어른 손님들이 많아서 더 빡새지 않을까..^^;
갑자기 생각난다.
노래방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성우 목소리가...
"띠리리리리~~ 즐거우셨나요?~ 어쩌고 저쩌고... 금영 노래방입니다... 어쩌고 저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