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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Oct 03. 2020

알바촌극#8 레스토랑 알바생, 여자손님을 홀린(?)말

알바경험담#8

저는 30대 중반 아재입니다. 제가 20대이던 대학교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주제로 소소한 깨달음을 적었던 글입니다. 오래 전 개인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스무 살이던 해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한지 한 달째였을까. 그릇도 몇 번 깨 먹고, 주말 피크타임도 무사히 넘기다 보니 제법 일이 능숙해졌다. 그날도 유니폼을 입고, 테이블을 닦고, 나이프와 포크 세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000 레스토랑입니다."


익숙하지 않았던 구두와 걸음걸이도 제법 괜찮아졌고, 잔실수를 빼고는 무난하게 서빙을 했다. 인사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손님이 부르기 전, 왠지 주문할 것 같다는 예감으로 예비동작을 취하는 찰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 두 분이 '띵동' 벨을 울렸다.


턱을 당기고, 어깨를 펴고, 시원한(?) 걸음걸이로 두 여자 손님에게 다가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입고리를 살짝 올리고, 최대한 생기 있는 표정으로 손님의 눈을 살짝 바라보았다.


"함박스테이크 하고 치즈돈가스 주세요."


여유 있는 뒷모습을 보이며, 주방 이모에게 걸어갔다.


"이모, 함박 하나 하고, 치돈 하나요."


보통 5인 이상의 손님이 오실 때는 주문 음식 외우기가 약간 버거웠는데  2인분이라 괜찮았다. 






수프를 후다닥 떠서 턱을 당기고 전방을 응시하며 그 여자 손님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테이블에 수프와 빵을 사뿐히 내려놓고 가려던 찰나!


그중 한 명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이야기했다. 


"저기요, 너무 추워요. 벽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겨울이라 그런지 실내에 있어도 추우셨나 보다.

순간 1~2초간 뻥 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벽이 막혀있는데, 무슨 바람이 들어온담...

사장님은 아직 온풍기를 켜지 말라고 하셨고....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를 부리는 것 같은데, 내가 느끼기엔 따듯한데..

그래도 손님의 왕이고, 손님의 말이 맞으니..


"...."


머뭇거리다가, 순간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손님.. 벽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은...

 저희 레스토랑이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으으으으으으으으. 오글. 오글. 오글. 오글. 오글.

으으으아아아악....! 지금 생각해도 오글거리고 느끼하다.





다행히도 그 여자 손님 두 분이 웃으셨다. 

호호. 호호. 어이가 없으셨는지, 아니면 좋게 봐주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여자 손님들은 결국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동안 단골손님이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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