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욱 Oct 03. 2020

알바촌극#10 주유소 알바가 가르쳐 준 것

알바경험담#10

저는 30대 중반 아재입니다. 제가 20대이던 대학교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주제로 소소한 깨달음을 적었던 글입니다. 오래 전 개인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2010년 11월 7일, 주유소 저녁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정든 주유소를 떠났습니다.


휴지통에 버렸다가, 다시 녀석을 꺼내 이 글을 씁니다.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막상 그만두니 다음 달 생활비가 또 걱정입니다. 학업에 지장 되지 않게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깨달은 것 :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더라


돈이란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며, 분노하게도 하며,, 세상을 즐길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돈은 희로애락입니다. 인생을 희로애락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돈 자체가 인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이 사람의 희로애락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한 달 아르바이트비를 받으면, 그 날은 기뻐서 날 뛰게 됩니다. 어디에다 쓸까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한 달 방값과 한 달 밥값에 지출하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몇 푼 안됩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비의 일부를 부모님 쓰라고 드리다 보면 돈은 생각만큼 쉽게 모이지 않습니다.

혼자 살면 되는 세상이면 좋겠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않네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힘들 때, 자식으로서 도와드리는 것이 도리이니까요.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따로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때문에 뜻대로 안되었지만 말이지요. 저는 여기서 묘한 감정에 휩싸이더라고요. 돈 있어야 효도도 하고, 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물론 100프로 맞는 말은 아닐 테지만...)

자기가 번 돈은 자기가 다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학자금 대출 이자, 부모님의 빚, 방값, 쌀값 등등.. 돈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지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얻은 것 같지만, 잃은 것도 있습니다.


학점과 그때 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알바 때문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학업을 게을리하게 되었습니다. 1학기 때 저녁 알바를 끝내고 새벽시간에 밀린 리포트를 하다 보니 다음 날 수업에 지장이 많았습니다. 강한 정신력으로 학업과 알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학생들도 있지만, 저는 그게 안되었네요. 1학기 기말고사를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주제로 리포트를 써내라고 하면 A+를 맞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해주실 교수님은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돈을 벌면 잠깐은 행복하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해 바친 청춘의 시간들이 안쓰럽습니다. 제 청춘에서 돈을 1순위에 두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돈만 벌기 위해 주야장천 일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힙니다.


여기서 문제는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놈의 돈이 많이 벌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이것은 죽으라 일해도 부자가 되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삶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돈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물론 돈 없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돈 없이 행복하게 사는 법이 있을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돈이 결코 제 삶의 1순위가 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저 또한 예외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 보았지만, 그놈의 돈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네요. 당분간은 다시 배고픈 청춘으로 돌아가야 할 듯합니다. 그 대신 진정으로 몰입하고 싶은 일들을 미치도록 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마지막 작별인사


그동안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제 청춘이 잠시 머물다 간 자리인 주유소의 주유기와 하늘에게 작별인사를 고합니다.



1번부터 12번까지! 주유기들아, 잘 있거라!


주유소에서 바라본 하늘들아, 잘 있거라!


주유소에서 꼈던 장갑들아, 잘 있거라!


주유소에서 봤던 이름 모를, 나방아 잘 있거라!






이전 10화 알바촌극#9 주유소 4번 주유기와 대학 4학년의 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