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의 일과 삶
이직을 준비할 때마다 늘 이런 마음이었다.
아무리 비밀리에 추진한다 해도 누군가는 눈치채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실제로 이직하고 나서야 가까운 동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어쩐지 네가 이직 준비하는 것 같더라."
거의 007 작전 수준으로 숨겼다고 생각했다. 그 직장동료는 정말 눈치챘을까.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은 행동들이 단서가 됐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여러 곳에 원서를 넣었다. 공공기관이라 이력서는 물론 각종 증빙서류까지 준비할 것들이 꽤 많았다. 6시가 되고 좀 자리에서 밍기적거리다가 조용히 자리에 남아 채용 서류들을 출력하곤 했다. 눈치챌까 봐 마치 업무 자료를 뽑는 것처럼 재빠르게 출력물을 집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얼마 안있다 바로 퇴근했다. 집에 가서 채용서류를 작성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집에 안가고 있어서 자칫하면 들킬 수 있는 순간이겠다 싶다.
보통 휴가는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붙여서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필자는 이직 준비를 하느라 평일에 뜬금없이 휴가를 내곤했다. 채용 서류 제출 마감이 촉박해 우편 대신 방문 접수를 해야 할 때도 있고, 갑작스럽게 면접 일정이 잡혀 급히 휴가를 써야 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직을 몰래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할 것이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직장동료는 이직 준비를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퇴근 후에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직무수행계획서를 쓰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공공기관 채용은 생각보다 준비할 서류가 많았다. 여러 곳에 동시에 지원하더라도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내용을 새로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배로 걸렸다. 그러다 보니 회식 자리를 이런저런 핑계로 빠지는 일이 잦아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직을 준비하는 그 시기에는 회식 자리 자체가 다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직을 준비할 때는 무조건 칼퇴를 했다. 뒤도 안돌아봤다. 6시 땡하자마자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났다. 대신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해치웠다. 업무를 소홀하다는 말을 듣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직 준비가 아니더라도 칼퇴를 하려고는 했지만.)
살면서 이직을 두 번 했다. 첫 번째는 광역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로 이직이었다. 당시 미디어 홍보 분야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두 번째는 기초지자체에서 준정부기관 정규직으로의 이직이었다. 마흔을 앞두고 임기제의 불안정함을 벗어나 정규직으로 자리를 잡고 싶었다. 두 번 모두 비밀리에 준비했다.
이직을 준비할 때 주변에 알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음이 이미 떴다는 오해를 사면 업무를 대충 한다는 시선을 받기 쉽다. 또 조직 안에서 소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진다. 구설수에 오르는 순간 주변을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에너지는 분산된다. 현재 자리를 지키면서 이직까지 병행하려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직을 준비할 때는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의 이직 모두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야 팀 동료와 팀장님, 부서장에게 이직 사실을 말했다. 그 순간만큼은 죄송한 마음이 컸다.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이직 준비는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다. 최종 합격 후에 이직한다고 말해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때 사람들은 대개 세 부류로 나뉜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없는 사람. 그리고 "어떻게 거기를 들어갔지?" 하는 마음에 본인에게 직접 묻지는 않고 다른 사람에게 슬쩍 떠보는 사람.
이직을 경험한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의 경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