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의 일과 삶
이직으로 인해 직장을 떠나기 하루 전, 나는 무엇을 했을까.
그날도 평범하게 흘러갔다. 마침표를 잘 찍고 싶었다. 그저 최소한의 것들은 해놓고 떠나자는 생각이었다.
평소엔 책상이 더러워도 태연했다. 그런데 떠나는 날이 되니 제대로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 위 잡동사니들을 휴지통에 버렸다. 개인 사물함을 비웠다. 컴퓨터 모니터와 책상을 물티슈로 여러 번 닦았다. 서랍 속 문구류를 정리하고, 참고하려고 쌓아뒀던 서류 뭉치들을 세절기에 밀어 넣었다.
정리하다 보니 새삼 느꼈다. 징그럽게 정리 안 하고 살았구나.
폴더들을 하나씩 열어봤다. 새삼 놀랐다. 내가 이런 업무도 했었구나. 이런 쓸데없는 문서도 만들었구나.
이런 중요한 일도 맡았었구나. 내 업무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바탕화면 한켠에는 별것들이 다 있었다.
주민등록초본, 학위증명서... 언제 받아뒀는지도 모를 개인 파일들을 지웠다.
인수인계 파일을 만들었다. 업무 흐름도, 월간·주간·연간 주요 업무, 중요 계획 파일들을 한데 모았다.
업무에 필요한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리했다.
후임자가 헤매지 않도록, 생각나는 것들을 빠짐없이 적었다.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어도 이 조직은 잘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줬던 형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말로 다 하기 어려운 고마움을 전했다. 형님은 축하한다며 앞날을 응원해줬다.
직장에서 그런 사람 한 명을 만나는 것도 큰 행운이라는 걸, 떠나는 날에야 다시 실감했다.
다음 직장에서 또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군 복무 기간까지 합산하니 연금 수령 최소 연수인 10년을 넘겼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해도 10년을 채우면 연금을 수 있다.
공무원 연금 홈페이지에 들어가 만 65세부터 받는 것으로 설정했다.
예상 수령액을 잠시 응시했다.
마지막 날. 같은 실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친한 직장동료 몇 분이 배웅해줬다. 고마웠다.
건물을 나서며, 쓰윽 한 번 돌아봤다.
터벅터벅 차로 걸어갔다.
아! 아쉬운게 하나 있었다.
남은 휴가를 다 쓰고 나오지 못한 것.
이직을 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남은 휴가는 꼭 다 쓰고 나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