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매 순간이 눈물 나게 소중합니다
그때 이미 알았다.
초등학교 6년의 생활이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가장 마음 편하고 자유로운 육아 시간이라는 것을요. 이제 완전히 유아 티를 벗고 부모의 손길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그만큼 스스로 할 수 있고 해야 할 힘이 커지는 초등학생.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꿈 많은 소년•소녀로 자유와 책임을 배우며 자라나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어-린-이' 시절이다.
사진 속의 포즈나 동영상 속 그리고 내 기억에 또렷이 저장된 그 시절의 아이의 모습과 표정을 떠올리면 생기발랄하고 싱그러운 새싹이 마구마구 자라는 느낌이 전해진다. 달리기, 발차기, 던지기, 점프 등 운동 신경이 발달하고, 소근육의 발달로 피아노 연주도 그림 소묘 실력도 섬세해졌다.
이와 함께 학습과 글쓰기에서도 묘사, 이해, 사고력이 괄목하게 발달했다. 압력밥솥의 추가 천천히 돌다가 갑자기 빨리 돌기 시작하는 느낌! 씨를 심고 양지바른 곳에서 햇빛 쐬이고 물주며 지켜보던 어느 날 연둣빛 싹이 돋고 잎이 나고 쑥쑥 키가 크는 식물을 보는 느낌! 온통 초록빛 아이 세상 덕분에 내 마음은 온통 핑크빛이 되던 시절이다.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밤새 곤하게 꿈나라를 여행하더니 학교 가서 친구들 만나 공부하고 놀 생각에 엄마보다 일찍 일어나 바스락거리며 책가방을 싸고, 매일이 새로워 하루가 길게 느껴지도록 즐겁게 지냈다. 아이 입장에서 지켜야 하고 규칙적으로 할 일이 있지만 안 하면 큰 일 날 일도 부담도 별로 없었다. 엄마도 아이를 돌보는 손길을 차츰 거두며 아이의 생명과 안전을 철저히 지키는 것 외의 울타리를 느슨하게 넓혀도 되었다. 이젠 스스로 지키고 조절하는 힘이 아이 내면에 들어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배움에서도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모드는 이전과 달라질 게 없어 아이도 엄마도 학업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최소인 때이기도 하다. 내 아이의 경우, 자전거 타기, 또래들과 피아노 치고 노래 부르는 음악교실, 워낙 그림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다니는 미술학원 외에 학습을 위한 학원 및 사교육 정글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시간적으로 심적으로 스트레스 없이 조금 더 자유로웠다. 그래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간혹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 고정되어야 했던 시선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며 가족 모두가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에 열심히도 여행을 다닌 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이 설레고 신났던 아이처럼 나 역시, 그리고 남편도 똑같이 아이와의 놀이, 여행 동행을 고대하고 즐겼다.
"오늘은 아이에게, 우리 가족에게 어떤 재미있는 일이 찾아올까?"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매 순간 느꼈다. 이 초등 6년의 세월은 우리 가족에게 꿈같은 날들로 가득한 찬란한 시간이 되리라는 걸 그때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웠고, 매일, 매 순간 눈물 나게 소중했다. 머지않아 그 찬란한 시절이 저물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랬다. 어떤 것이든 유한하기에 애틋하고 소중한 게 아니던가. 그렇게 마음을 다스렸다.
핀터레스트
깨끗한 미소를 달고 종달새처럼 재잘대고 걷는 것은 시시하다는 듯 통통 뛰어다니며 내 곁을 맴돌던 그 미소년이, 내 마음엔 아직도 그림 속의 어린아이 같은 그 소년이 어느새 대입 준비를 하는 수험생이 되어 2026년의 계단을 오르고 있지 뭔가.
옆을 볼 겨를이 없이 호흡을 맞춰 앞으로 발을 떼어 나아가야 하는 이인삼각 경기를 하는 것처럼 아이와 달려온 것 같다. 한 눈 팔지 않고 아이만 바라보고 지나온 시간들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꿈길 같다. 그 길 끝에서 돌아본 자리에는 추억이 즐비하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끝남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을 떨쳐내는데 시간이 좀 필요할 테지. 하지만 그 끝남은 지나감이지 않은가. 새로움으로 이어질 거니까. 오히려 그러고 싶을 때마다 추억보따리에서 꺼내 실컷 그리워하자. 그리고 또 주어진 길을 가자. 우리 만의 방식으로 우리 앞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자. 또 하나의 추억보따리를 풍성하게 채워나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