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딛고 일어선 한 청년의 성장기
영민이는 아홉 살 때부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강박증은 영민이의 내면뿐만 아니라 바깥으로도 튀어나와, 그의 손까지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행동은 마치 재앙을 불러올 것처럼 자신에게 금기시되었고,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은 강박증의 틀에 갇혀 있었다. 영민이에게 친구가 있을 리 없었다. 친구들은 그를 무시하고 놀리며, 괴롭히고, 물건을 빼앗는 것이 일상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노골적인 괴롭힘이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서는 무시로 바뀐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음만 아픈 것이 몸과 마음 모두 상처 입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이다.
영민이의 손은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았다. 마치 그의 마음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께서 말씀하셨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공부가 힘들면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워보렴." 그때 영민이는 고등학생이었다. 비록 책을 즐겨 읽은 적은 없었지만, 공부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손에 책을 들게 되었다. 고등학생 시절 내내 책을 읽던 영민이를 선생님과 친구들은 비웃었다. "공부를 못하니까 책이라도 읽어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거겠지." 그러나 영민이는 꾸준히 책을 읽어갔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의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핸드폰을 볼 때, 그는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의 손과 마음에는 여전히 고난이 남아 있었다. 강박증이 점점 심해졌지만, 초등학교 이후로 약을 끊고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쓸데없는 자존심이 강박증을 키워 그를 갉아먹고 있었다. 불안과 환청이 점점 심해지자,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영민이는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더 최악인 점은 그가 정신과 진단보다도 먼저 피부과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손과 발가락을 심하게 갉아먹어 무좀까지 생겼기 때문이었다.
6개월간의 병원 생활 동안 영민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대화하며 영민이는 자신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고통 속에 머물렀는지를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병이 가벼울 때 혹은 성인이 되어서 병원을 찾았지만, 영민이는 10년 동안 약도 없이 홀로 괴로워하며 시간을 낭비한 것이었다. 퇴원 후에도 그는 여전히 책을 읽었다. 그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삶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23살이 되었을 때, 영민이는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그의 건강과 삶의 질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성실하고 착한 청년이었던 그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쉽사리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일이 쉽거나 인기 있는 곳은 이미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결국, 영민이는 소문으로 어렵다고 알려진 호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지치고 힘들었지만, 성실한 영민이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흘러 호텔 아르바이트를 한 지 1년이 되었을 때, 그는 정직원 제안을 세 번이나 받을 만큼 호텔에서 신뢰받는 직원이 되었다. 이제 그의 손에는 물어뜯은 상처 대신 접시와 나이프, 포크, 숟가락이 들려 있었다. 손의 상처는 점차 아물었고, 마음의 상처도 함께 치유되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영민이는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리고 온라인 작가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열 번 정도 퇴짜를 맞은 후, 결국 그는 글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의 손에는 이제 펜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책 읽고 글 쓰는 데만 집중하며 10개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영민이는 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수중에 돈이 없던 그는 가족에게 돈을 빌려 그 사람에게 전해주었다. 착하고 성실한 영민이는 가족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다시 호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다시 그의 손에는 숟가락과 나이프, 포크, 접시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빌린 돈은 단기간에 갚기에는 큰 금액이었다. 영민이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대학생을 위한 인터넷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30개의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했다. 평소에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그 후 몇몇 공모전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지만, 그것은 사기였다. 영민이는 크게 좌절했지만, 돈을 빌린 이후로 계속된 부담감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친했던 사람은 돈을 갚지 않고 영민이를 무시했지만, 그는 그 사람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믿을 만한 공모전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국가기관에서 상을 받게 되었고, 가족에게 빌린 돈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상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상을 받은 후에도 영민이는 자만하지 않았다. 가족과 친척들이 시상식 뒤풀이를 하자는 제안을 뒤로하고, 그는 다음 글을 쓰기 위해, 다음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책과 펜을 가방에 넣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는 이미 고난을 딛고 일어선 사자였으며, 보물을 손에 넣고도 자만하기보다는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도전하는 한 명의 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