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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Oct 06. 202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랑이 늘 도망가.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숨 한번 고르지않고 자꾸만 달아나. 그러다가도 또 다가와서는 내 손을 툭 치고는 달아나. 그러면 나는 흠칫 놀라고서는 들뜬 마음을 애써 붙잡고 뒤를 도는거지. 그리고선 달려가. 내 마음에 내려앉아 마음에 한뼘 싹을 틔운 그 사람을 향해서. 최대한으로 빠르게. 전속력으로 달려나가며 손을 열심히 뻗어보지만 결국엔 놓쳐버려. 나는 분명 전속력을 향해 뛰었는데 말이야. 우리의 속도가 너무나도 달라서 나의 전속력이 아무 소용이 없어져 버리게 되는거지. 내 범주를 넘어간 사람을 잡을 수는 없어서 나는 관계의 테두리에 가만히 서서 그저 바라봐. 나를 벗어난 사람을 바라보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는 거야. 그럴때면 이런 생각을 해.


 ‘아, 산들바람이 불었다가 잠시 머물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 떠나갔구나.’ 하면서 말이야.


 이곳이 그 사람의 자리가 아니었기에 떠나갔다고, 나에게 불어온 바람에게 쉼터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지못해 배웅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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