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쉬웠던 영화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2018년 12월 12일.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활약을 알리는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가 개봉했다. 예고편에서 확인한 세련된 연출과 독특한 작화. 그리고 미국 힙합의 배경음악까지 엄청난 영화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었다. 개봉 후 평가 또한 매우 좋았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확장을 보여줬다는 평들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한국에선 너무나도 초라하고 거대 영화들의 틈 사이에 껴서 스크린을 점차 뺏긴 채 72만 명의 스코어로 막을 내렸다.
다행히도 나는 극장에서 스파이더맨을 볼 수 있었고 장면 장면마다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마치 만화책을 보는 듯한 연출법, 특히 만화책처럼 타격음 '뱅', '퍽', 혹은 주인공의 속마음을 말풍선으로 보여주는 연출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즐겁게 만들어줬다. 또한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OST를 찾았던 것처럼 배경음악이 정말 끝내줬다. 특히 이 영화의 명장면에서의 배경음악은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의 각성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영화를 보시고 느끼시길 바랍니다.)
연출, 촬영 기법, 음악에만 말을 했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그렇다고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아는 스파이더맨의 영웅이 되는 과정, 이 과정을 그동안 봐왔던 여러 편의 스파이더맨들 영화와 달리(도대체 스파이더맨 주인공들이 몇 명이나 바뀌는 건지..) 식상하지 않고 신선하게 풀어냈다. 평행 공간이라는 이제는 식상해지지도 않은 설정을 통해서도 꽤나 재밌게 특히 여러 명의 스파이더맨이 재미요소를 더했다.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본 관객으로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가 72만 명의 관객밖에 모으지 못한 것에 너무나 아쉬웠다. <스파이더맨>을 보고 난 후 몇 주 뒤에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을 보러 영화관을 또 찾았다. 상영시간표를 살펴보니 이미 <스파이더맨>을 하루에 한, 두 번 상영을 할까 말까 할 정도의 상태였다. 즉, 설 자리가 없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2018년의 상영 영화들을 보면 당시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네이버에 2018년 12월 개봉 영화를 검색하면 이렇게 영화들이 검색된다. 여기에는 <스파이더맨>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첫 줄에 있는 영화들을 보면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마약왕>, <스윙키즈>, <PMC : 더 벙커>, <아쿠아맨>까지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받았던 영화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스파이더맨>의 개봉 시기를 너무 아쉽게 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형 영화들 4편이 개봉하는 일주일 전에 개봉하여 3편이 개봉하기 전에 입소문을 통해 입지를 다지고, 3편이 개봉하여 경쟁할 때 그 틈새를 이용하여 흥행을 이뤄내려고 했던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슷한 히어로 영화 <아쿠아맨>이 대박을 치면서 비슷한 장르의 심지어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조금 생기는 <스파이더맨>은 입지를 다질 수 없었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12월 이전에 개봉하여서 조금 더 경쟁력을 가지거나,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으로 마케팅하는 전략을 가져갈 수 있게 조금 더 늦게 개봉을 했다면 분명 이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였다.